사장의 믿음

뉴스일자: 2015년07월03일 09시29분

내가 어느 회사에서 채플린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정 직원은 아니지만 그들 못지않게 회사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출근은 일주일에 하루 수요일만 하지만 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어서 더러더러 그 외의 날도 출근을 하기도 한다. 그 회사가 2007년도에 창립됐는데 지금까지 여러 명의 사장들이 거쳐 갔다. 그것은 그 회사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라 사장이 대개 1년에 한 번씩 바뀐다. 나는 우리교회에서 말고는 남 앞에 나서기를 썩 좋아하지 않아 무슨 감투 쓰는 거 별로인데 어쩌다 실장을 거쳐 위원장이 됐다. 내 임기 중 편안하게 임무수행 하라고 하나님께서 전 사장도 그랬고 현 사장도 모두 크리스천을 세워주셨다.

전 사장은 회사에서 나하고 헤어질 때 대개는 로비까지 배웅을 나왔다. 내가 들어가시라 해도 끝까지 따라 나온다. 왜 그러냐 했더니 내가 목사님을 이렇게 받드는 걸 다른 직원들이 봐야 목사님을 잘 모실 거 아닙니까?’ 하신다. 세심한 배려이다.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에서 나는 항상 현 사장하고 마주 앉아서 밥을 먹는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사장이 자꾸 나보고 자기 옆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왜 그러냐 했더니 그 쪽에 앉아서 식사기도를 해야 직원들을 향하여 기도가 나가기 때문에 방향을 바꿔 달라는 주문이다. 생각지 못한 특별한 그 분 만의 믿음인데 기특하다는 생각이다. 가끔 농담도 하신다.

목사님, 사모님이 미인이시라 러브 스토리가 좀 재미있을 거 같은데 이야기 해주시죠?”

별 말씀을요. 우리 집사람하고 연애한 얘길 여기서 어떻게 합니까. 너무 길어요.ㅋㅋ

하하하하

엊그제는 또 식사하시면서 사장이 나한테 묻는다.

목사님 언제가 시간이 좋을까요? 제가 목사님들 식사대접 좀 하겠습니다.”

아니, 지난번에 했는데 뭘 또 하시려고요?

, 1년에 네 번은 해야 합니다. 한정식, 일식, 양식, 뷔페식 이렇게 차례로 모시겠습니다.”

우리야 감사하지만 사장님 너무 우리한테 잘해 주셔서 어쩌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목사님들이 우리 회사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힘써 주시는 게 얼만데요.”

그간에 일곱 분 정도의 사장을 모셨는데 한 두 사람 빼고는 전부 친 기독교적이거나 기독교인이었다. 초대 사장은 기독교인도 아니면서 조찬기도회 때는 정복 차람에 전 직원들 참여하라고 전도를 열심히 하고 휴가 때도 조찬기도회 때는 일부러 출근을 하셨던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 사장은 회사 관련 교회들을 순회하면서 마치 심방하듯이 와서 예배를 드렸다. 어느 주일 아침 내 집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강은교회죠?”

. 누구시죠? 아니 사장님 아니십니까?”

, 목사님이 직접 전화 받으시네요?”

그럼요. 우리교회는 작은 교회라 비서실 같은 건 없습니다.”

그 후로도 그 분은 우리교회 예배에 세 번 참여하였다. 사장 한 사람이 예수를 믿으니 많은 직원들이 따라 나온다. 물론 믿음이 있어서 오는 분들도 있지만 눈도장 찍으러 오는 분들도 있다. 사장한테 인사권이 있으니 잘못 보이면 진급도 안 되고 발령도 맘에 안 들게 나버리면 안 되니까 아마 잘 보이려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요번 사장은 믿음도 좋고 사람이 순수하고 여린 면도 있다. 내가 농담으로 요번에 나 사장님한테 감기 옮아서 무진장 고생 했다고 그랬더니 그걸 진짜로 들었는지 날짜 따지면서 아니라고 변명을 하시는 모습이 ㅋㅋ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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