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회

뉴스일자: 2015년02월04일 12시55분

불편한 사회의 특징은 많은 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일이 있어 몇 주를 보내면서 많은 불편을 느꼈다. 모든 일의 수속과정이 복잡하다. 분명 십년 전에 비해 한국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청명해 졌다. 불필요한 관행을 줄이고, 소위 급행료로 불리던 옆구리에 찔러 넣어 줄 봉투 문화도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행정청의 일들은 까다롭기만 하다.

내가 봉사하는 교회 단체의 대표자 명단을 바꾸기 위해 관청과 은행에 들렀다. 대표자 명단을 바꾸기 위해 쓴 서명만 해도 십 수번이다. 은행에서 대표자 통장을 바꾸기 위해 한 사인만해도  역시 스무 번 이상이다. 모든 관청 직원이나 공공기관이 자신들에게 혹이라도 돌아올지도 모르는 피해를 막기 위해 안정장치를 해두는 셈이다. 즉, 타인을 믿을 수 없는 불안한 사회가 불편함을 불러들인 것이다.
 
한 때 인간의 역사 속에서 법 장치가 잘되어 있으면, 모든 사회가 잘 돌아가리라고 하는 믿음을 동서양이 함께 공유한적이 있다. 중국의 오랜 윤리사상과 법제도의 출발은 이런 희망에서 출발했다. 한 때 유럽의 역사에도 법적인 제도장치가 불편한 사회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많은 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헤겔이 말한 것처럼, 많은 법은 오히려 더 많은 꾀를 유발해서 더 복잡한 불편을 몰고 왔다. 
 
결국 신용이 전제되지 않는 사회는 끊임없이 상대를 의심하게 된다. 상호간의 의구심을 줄이기 위해 인간들은 계약을 하게 되고,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약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길을 강구한다. 그러면 오히려 법은 더 많은 제도 장치를 요구하고 까다로운 제도를 통해 더욱 우리 마음은 불편하게 된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17세기부터 이러한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인 신대륙을 종교와 신용이라는 기반 위에 세웠다. 이와 연관해서 개신교의 윤리정신은 많은 법적인 중간과정을 줄여 주었다. 다 같이 믿는 신앙이 개인이나 사회의 계약의 기초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대륙에 이민 온 자들의 반은 기독교의 정신을 몰랐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사회적 신뢰장치인 “크레디트”(credit)제도였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내다본 신대륙의 꿈은 모든 사회를 거대한 신뢰라고 하는 제도적 장치아래 놓아 두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크레디트제도는 이렇게 만들어 졌다. 물론 어떤 이들은 여전히 크레디트제도 역시 우리를 새롭게 옳아 매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류가 만들어 놓은 제도 중에 크레디트제도 만큼 사회의 불필요한 과정을 철폐시킨 것이 없다. 때문에 몇 주 동안의 고국방문 기간 내내 절실하게 느낀 것은, 소위 “크레디트”장치가 한국사회를 불안에서 구원하여 불편한 사회를 추방해 주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김호환 목사(워싱톤 이반젤리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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