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엔 자식 많은 게 좋다

뉴스일자: 2014년08월08일 17시08분



목회를 하면서 결혼식 주례보다 장례식 집례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 28살 때 교육전도사로 부임한지 얼마 안 되어 담임목사님 성지순례로 해외 체류 중 본 교회에서는 초상이 났다. 다른 교역자가 없던 때라 성도들이 다 나를 쳐다본다. 아직 어린 때라 전혀 장례식을 집례 해 본 일이 없었지만 불가항력적 상황이라 교육전도사 신분으로 장례식을 잘 치른 경험이 큰 경험이었다.


그 후로 목회를 하다 보니 우리 장례식이든 남의 장례식이든 집례자의 자리에 있을 때가 많다. 천만 다행인 것은 지금은 염하는 일을 과거엔 목회자들도 했는데 지금은 장례지도사가 하게끔 되어 있어서 의식만 집례해 주면 된다.


어느 집에서 보니까 돌아가실듯 하면서도 안 돌아가시니까 자녀들이 안타깝게 돌아가시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지만 상황을 보니 그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때는 돌아가실 것 같다 해서 내가 불려갔는데 안 돌아가신다. 그래서 집에 왔는데 오자마자 돌아가셨다고 마치 희소식 전하듯 전하는 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경우도 봤다.

또 어머니의 구원을 위해서 애타게 기도하던 딸들이 임종 직전에라도 결신을 시키려고 나를 불러 복음을 전하게 하고 결신하기를 기다리는데 다 죽어가는 사람이 어떤 액션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기도를 마치는데 마지막으로 힘겹게 아멘을 하고 숨을 거두는 것도 봤다. 부끄러운 구원이라도 구원 받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른다.


며칠 전 우리교회 이 집사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환재 집사의 긴급 전화를 받고 그럼 내가 지금 병원으로 가랴?’ 물으니 조금 더 지켜보죠.‘ 하더니 불과 몇 분 상관에 바로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소 권사님과 낯모르는 분이 마지막을 챙기고 있었다.

그 분이 정성스럽게 시신을 마무리하기에 내가 모르는 집안 식구인가 하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옆 병상 사람인데 고인 마지막 가시는 길에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하신 분이라 했다.

나보고 목사님이세요? 제가 이 분 가시는 길 좀 돌봐드렸는데 목사님이 이제 예배만 드려주시면 되겠어요.” 하신다. 응급실이라 숨죽이면서 소 권사님과 약식으로 임종예배 의식을 가졌다. 빈센트에서 의료원으로 시신이 운구 되는 순간까지 그 여인은 예를 갖춘다. 시신에 목례를 하고 나한테 까지 목사님 그럼 수고하세요.‘ 하고 그 분 역할을 끝났다.


나중에 소 권사님한테 말을 들어보니 그 분은 옆 병상 분인데 이 집사님이 돌아가시려고 하니까 와서 찬송 불러주고 기도해 주고 빛을 보고 가세요. 좋은 것만 생각 하고 가세요.’ 그러면서 계속 가시는 길을 케어 했다는 것이다. 그 분 종교는 천주교라는데 시신을 대하는 거나 마음 씀씀이가 보통 분이 아니었다.

생면부지 남의 시신을 대개의 사람들은 보기도 꺼려하는데 그 분은 만지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시신을 가지런히 모으고 마지막 정리하는 일에 앞장 서셨다. 정말 나는 이 집안 식구인줄 알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례식 끝나고 나서야 우리는 그 분 이야기를 하면서 이 집사님 하늘나라 가시는 데 하나님이 보낸 천사라고 결론을 냈다. 그 분은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했겠지만 유가족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고마운 분이셨다.


발인 전날까지만 해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묘를 쓸 때 문제가 될까 염려했는데 정작 장삿날엔 해가 정말 해같이 빛나 너무 더운 가운데 하관식을 치렀다. 마을에서 묘지까지 운구해 갈 때 장례지도사가 나한테 목사님, 동네 분들이 노자 돈 받는다고 잠깐 밀당할 건데 목사님 이해하시고 잠간만 계시면 됩니다.” 그런다. 그래서 내가 , 근데 그러면 돈도 돈이지만 이거 뜨거운 날씨에 시간 많이 걸릴텐데 어떻게 안 하게 해보세요.” “아 제가 어떻게 합니까? 아마 금방 끝날 거니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근데 동네 분들이 교회식이라면서 몇 마디 하는 소리만 들리더니 그거 안 하고 그냥 올라갔다. 속으로 감사했다. 자녀들이 여럿이다 보니 이들이 마음을 모아 큰일 치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래서 큰일 때는 자식이 많은 게 좋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황화진 목사(수필가/수원 강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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