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서관 고마운건지 짜증나는 건지

뉴스일자: 2014년05월20일 11시28분

10여 년 전에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들어와서 환영했습니다. 다른 거보다도 참 좋은 국가 시설이니까요. 자녀들이 이용하고 어른들도 이용하고 지역 문화도 퇴폐문화가 아닌 건전한 문화, 선비문화가 자리 잡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요? 짜증나는 일들도 더러 있습니다. 우선 주차문제입니다. 그 큰 도서관에 주차장은 손바닥 만 한 정도 밖에 안 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작은 주차장 땜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보고 있습니다. 오는 사람마다 차는 한 대씩 끌고 오는데 마땅히 댈 데가 없으니 당연히 동네에다 박아놓고 들어갑니다. 그러니 동네 사람들은 차 몰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차 댈 데가 없습니다. 이리 저리 몇 바퀴 돌다 공간이 나면 다행이고 안 나오면 멀리 멀리 밀려나기도 합니다.
 
짜증나서 도서관 주차 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시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검토하겠다고 회신이 왔는데 그 회신 받은 지 벌써 5년 쯤 된 거 같습니다. 전혀 대책 마련의 의지를 갖고 보낸 회신이 아니란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공무수행 그런 식으로 하는 거 그것도 관행인가요? 설마 지금도 그거 검토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신 건 아니겠지요?
 
이건 딴 얘기지만 몇 해 전에 우리가 시설을 안내하는 도로 표지판을 관에 허가받고 세웠는데 얼마 안 가서 구청에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하라고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차일피일 미뤘더니 안 하면 강제철거하고 과태료 물리고 이렇게 나오기에 몇몇이 순진하게 바꾸라는 대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정작 알고 보니 무허가로 간판 박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멀쩡하게 끄떡없이 서 있고 허가 내서 박은 사람들만 교체 대상이었습니다. 탁상행정의 표상입니다.
 
다시 도서관 땜에 불편한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우리 요 뒷골목 쪽으로 가면 도서관에 온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고 크게 떠들고 가래침 뱉고 심지어는 엊그제 우리 집 벽에 다 대고 불장난까지 해서 그 연기가 방으로 솔솔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과도한 애정행각을 하며 도서관 주변을 맴돌면서 무슨 공부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진짜 공부하러 오는 것이고 불과 몇몇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짓이지만 답답해서 해 보는 소립니다. 며칠 전에도 외출할 일이 있어서 그 쪽으로 차 가지러 나가는데 여학생 너 댓 명하고 남학생 두어 명 하고 낄낄 깔깔대며 모두 담배 한 대씩 꼬나물고 시시덕대고 내가 가는데 마치 왜 쳐다보느냐는 포스로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뿜어댑니다. 저렇게 예쁘고 곱상하게 생긴 여학생 얼굴에서 나온 상상 못할 시츄에이션이라 아연실색이었습니다.
 
몇 해 전에 인터넷에서 여학생들이 담배 피우는 문제에 대해서 몇 자 썼더니 여자는 담배 피우면 안 되냐고 따져서 혼쭐이 나서 이젠 남녀는 안 따지겠습니다. 그래서 자자손손 많이 피우고 싶은 대로 피우셔도 된다고 위로를 해 드렸습니다. 그 나이에 호기심에 한 번 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어른이 지나가면 감추는 흉내라도 내야 학생이 아닐까요? 심지어는 술 먹는 문화도 윗사람 앞에서는 술잔을 들고 고개를 살짝 돌려 마시는 예의를 갖추는데 이제 꼬마 같은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보란 듯이 그러는데 유구무언이었습니다.
 
이 학생들이 집에서는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고 나갔을 텐데 과연 얘들이 공부하는 애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도서관 앞 주택들 문 앞에 써 붙여 놓은 글귀를 옮겨 봅니다.
 
“학생들 이곳은 담배 피우고 잡담하고 침 뱉고 담배꽁초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남의 사생활 공간이니 주의하여 주십시오.”
 
젊잖게 써놨지만 아마도 부글부글 끓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 하도 무서워서 섣불리 단속도 못하고 물끄러미 지켜만 보는 어른세대들이 불쌍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입니다.



황화진 목사(수필가/수원 강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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