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의 위력

뉴스일자: 2014년03월08일 10시05분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했습니다. 은퇴라는 게 적어도 60은 넘어야 어울리는 말이지 20대에 은퇴 소리를 하니까 거 참 거시기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가 지난 선수생활을 회고하면서 하는 소리가 물이 끓으려면 100도가 되어야 하는데 99도만 되면 완전히 끓을둣 하면서도 완전히 끓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훈련 기간 동안 그 1%가 부족해서 시원하게 끓지 못하고 끙끙댈 때마다 너무 힘에 겨워 99%에서 멈추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끝내 1%를 채워서 나갔더니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나이는 20대이나 그의 발바닥 나이는 40대라고 합니다. 그녀의 발바닥은 엉망진창이 되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세계적인 인물이 된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쉽게 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피눈물 나는 훈련의 날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등산 갔다가 내려오다 보니 어떤 아저씨가 자기네 밭을 그늘지게 하는 죽은 나무를 벌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톱질을 하고 쓰러뜨리기 위해 온 가족이 다 매달려서 밧줄을 잡아 당겨도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하면서도 안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찰라에 내가 거길 지나가게 되어 나도 즉흥적으로 달려들어 밧줄을 잡아당겨 줬더니 나무는 맥을 못 추고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주인 아저씨가 연신 나한테 고맙다고 하면서 ‘다 됐는데 1%가 부족해서 안 넘어갔다. 그런데 사장님이 그 1%를 채워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그 동네 갔다가 신발을 바꿔 신느라 잠시 차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누가 먼발치에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핏 잘 모르는 사람 같은데 인사를 하기에 누군가를 파악하느라 쳐다봤더니 ‘아, 전번에 나무 자를 때 도움 주신 분 아닙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서야 나도 그 분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더니 그 때 정말 감사했다고 또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1%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당락을 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방송대 시절 1문제 때문에 과락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OMR 카드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는 흔히 경험하는 일입니다. 옛날에 지게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산 고개를 넘어가는데 정말 힘들어서 못 넘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살짝 받쳐만 주면 그냥 넘어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모자라는 1%입니다. 시험에서 한 문제 틀린 것도 1%입니다. 그 1%를 채워주는 일은 매우 귀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한 살인자가 사형 집행 30분 전에 연기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큐가 70 이하는 지적장애인이기 때문에 그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이큐가 71부터 해당이 되는 것인데 그 살인자는 1을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일단 연기 통보를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아이큐라는 것은 다분히 가변성이 있기 때문에 그 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이 되어 집니다.

그와 유사한 사례로 미국에서는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최근에도 있었고 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1이라는 숫자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니 1이라는 작은 숫자지만 무시하면 안 됩니다. 그 1 때문에 큰코다치고 1 때문에 떨어지고 1 때문에 상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가 1이라는 숫자를 작다고 우습게 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1이 모여서 10도 되고 100도 되는 것입니다. 그 작은 숫자인 1 때문에 우는 사람이 있고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작은 숫자 1이라고 얕보지 말고 귀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 1이 나를 살릴 수 있고 나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숫자 1의 위력을 묵상한 하루였습니다.

황화진 목사(강은교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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