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만큼 하는 것이 있다

뉴스일자: 2013년10월24일 08시36분


초등학교 다닐 때는 내가 남보다 키가 좀 작은 편이라는 걸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중학교 들어갔는데 우리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친구하고 그만 나는 단짝 친구가 됐다. 같이 걸어가면 형하고 동생이지 친구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때 비로소 내가 작은 키라는 걸 실감했다. 꼭 형이라고 불러야 될 거 같은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키야 내 노력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니까 그거 때문에 주눅 들 필요는 없고 다른 거나 잘하자는 신조로 살았다. 그런데 뭐 딱히 잘하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내 놓을 게 아무 것도 없이 살아가는 게 늘 마음속에 부담이 됐다. 공부로 만회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잘 안 됐다. 성인이 되어서도 뭐 하나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는데 시력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뭐든지 다 잘 보여서 좋았는데 그것도 나이 먹으니까 안경 안 끼면 글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물론 먼데 건 안경 없이도 누구보다 잘 보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게 하나 생겼다. 바로 이 닦는 거다. 나는 지금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이 안 닦고 밥을 먹은 적은 거의 없다. 그리고 아침 먹고 닦고 점심 먹고 닦고 저녁 먹고 닦고 그거 하난 진짜 잘한다. 근데 그것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안 닦으면 잇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영 찝찝해서 닦아 버리는 거다. 외출 시는 치간 칫솔이라도 가지고 나간다. 그런데 이게 아주 좋은 습관이란다.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입 안에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세균이 번식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이를 닦지도 않고 그 상태로 그냥 밥을 먹는다는 건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만 닦지 말고 혓바닥까지 닦으라는 데 난 아직 혓바닥까지는 안 해 봤다.

내가 남들보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남만큼 하는 게 또 하나 있다. 글 쓰는 거다. 글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으나 그렇다고 뭐 두각을 나타내고 글을 써보지는 못했다. 그냥 흠모하는 분야일 뿐이었다. 청소년기부터 대학 때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늘 글 쓰는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알바도 출판사에서 글을 썼다. 그 때 책을 쓴 저자를 직접 만난다는 건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너무 부러웠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얼마나 많은 습작을 했는지 모른다. 원고를 썼다 찢었다 썼다 찢었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글이 조금 다듬어지고 어디다 내놓으면 활자화 되어서 책에 나오기도 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지금야 컴퓨터가 있어서 누구나 글자를 멋있게 인쇄로 빼지만 옛날엔 인쇄소에서 청타를 쳐서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남보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니다. 남 쓰는 만큼은 쓴다는 얘기다. 이젠 나도 나이가 50대 끝자락이니 옛날 같으면 할아버님인데 맘은 아직도 청춘이다. 그렇게 착각 속에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누가 나보고 젊어 보인다 하면 그 말이 립 서비스인 줄 알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다. 며칠 전 지인이 전화를 했다.

“아니 목사님은 회춘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젊은 사진만 올리시는 겁니까?”

“뭔 소리예요?”

“카스 사진 말예요“

더 나이 먹기 전에 일을 좀 잘하고 싶다. 교회도 부흥하고 밀린 사역들도 활발히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따라 준다. 아무리 봐도 남보다 잘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남만큼 하는 거 한 두 가지인데 이거 가지고 인생 후반전 승부를 걸기엔 역부족이다. 아무 거라도 뭐든지 더 노력해서 좀 더 배워서 마무리를 잘해야 되겠다. 뒤 끗발이 나야 되는데 말이다. 이젠 골인 지점을 향하여 돌진할 때이니 최대한 속력을 내야 한다. 나의 달려 갈 길을 향해 오늘도 나는 힘차게 발걸음을 내 딛는다.

 
 

황화진 목사(강은교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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