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泥田鬪狗)

뉴스일자: 2011년12월28일 02시01분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국 신문에서 가장 많이 보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바로 한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의원님들의 투쟁모습을 빗댄 말이다.

뿐 만 아니라 각 단체들의 단체장 선거의 모습이나 종교단체들의 내분으로 다투는 모양도 이 고사성어에 어울린다. 엄밀하게 따지면 중국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아니라 옛날 우리나라 8도 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4글자로 평가한 4자평(四字評)에서 나온 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4자 성어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말 그대로 <泥, 진흙 니>, <田, 밭 전>, <鬪, 싸울 투>, <狗, 개 구>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를 뜻한다. 이 말뜻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이라는 의미로 확대 해석되었다.


조선을 건국(1392년)한 이 성계는 정 도전에게 각 지역 8도 사람들의 품성을 평가하도록 명했다고 한다. 이에 정도전이 평가한 ‘4자 품평’은 다음과 같았다.

경기도 사람들 ; 경중미인(鏡中美人) ; 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다.

충청도 사람들 ; 청풍명월(淸風明月) ; 맑은 바람과 달빛 같은 품성을 지녔다.

전라도 사람들 ; 풍전세류(風前細柳) ; 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는 버드나무와 같다.

강원도 사람들 ; 암하노불(岩下老佛) :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와 같은 품성을 지녔다.

경상도 사람들 ; 송죽대절(松竹大節) ; 소나무와 대나무와 같은 곧은 절개를 가졌다.

황해도 사람들 ; 춘파투석(春播投石) ; 봄 물결에 돌을 던진 것 같다.

평안도 사람들 ; 산림맹호(山林猛虎) ; 산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 같다.

여기까지 평한 정 도전이 이제 마지막 이 성계의 고향인 함경도에 이르러 망설이고 있자 이 성계가 다그치며 재촉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머뭇거리며 정 도전이 평한 함경도 사람들의 품성이 “이전투구(泥田鬪狗)곧 진흙 속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다.” 는 평이었다. 이 말을 들은 태조 이 성계는 자신의 고향사람들을 많고 많은 동물 중에 개에 비유하자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정도전은 함경도는 석전경우(石田耕牛), 돌밭을 가는 소와 같은 우직한 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얼른 말하자 태조의 얼굴이 누그러졌다고 한다.

이처럼 이전투구는 원래는 함경도 사람의 강인하고 악착스러운 성격을 특징짓는 말로 사용되었는데 오늘날에는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들처럼 볼썽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자기들끼리 목불인견(目不忍見)식으로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는 추태를 부리면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나 자기들끼리 싸우다 둘 다 망하는 꼴을 당하게 되는 줄을 왜 모르는 걸까? 역시 “역사(歷史)는 타살(他殺)되는 것이 아니라 자살(自殺)하는 것”이라는 말을 백번을 곱씹어 봐도 맞는 말이다. 지금이야 말로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을 꼭 되새겨 봐야 할 때다.

그리고 오늘날 크리스챤들의 모습을 정 도전에게 물어 본다면 어떤 품평이 나올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죽은 정 도전에게 물어 보기 전에 살아 있는 제 자신에게 먼저 물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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