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고함소리도,
심판을 향한 야유소리도,
응원의 함성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음료수 캔과 플라스틱 물병들,
오징어, 땅콩 봉지와 휴지 조각들만
여기저기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다.
모두가 떠나간 운동장,
적막이 흐르는가 싶더니
하나 둘, 동네 개들이 몰려든다.
이리저리 사방을 마구 휘젓고 다닌다.
아무도 말리거나 제지하는 이가 없다.
장난을 노는가 싶더니
물고 뜯고 어느새
싸움판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연스레 윗동네 아랫동네,
양편으로 나뉘어 진다.
날이 어두워오는 것도,
주인님이 찾는 것도 잊은 채,
개들은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개싸움 구경,
제법 볼만 하다.
그런데 여기저기 마구 싸 놓은
개똥은 누가 치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