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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05월04일 11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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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막내 완이가 세상을 떠난지 보름이 됐습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심신이 피곤하다 보니 나는 옆구리까지 아파 매사가 귀찮아졌습니다.

“안중 형님에게서 전화왔어요. 완이 도령님 삼오제에 스무명이 모여 따듯하게 영모의 정을 나눴데요. 삼오제 끝난지 열흘이 됐으니 당신도 이제 일어나야지요”

아내는 나를 바닷가로 내몰았습니다.

‘삼오제에 스무명이나 모였다니! 얼마나 아까웠으면 그렇게 추모했을까?’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파트를 나섰습니다.

아파트를 나서면 왼쪽 1분거리에 포구(灣-Bay)가 보입니다. 여름이면 꽃게와 새우를 잡는 곳이지요. 지난해에는 꽃게 낙시줄에 작대기만한 뱀장어가 걸려들어 우리 부부가 혼비백산을 했습니다. 포구를 따라 10평짜리 농장 50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우리는 4개를 분양받아 에덴농장(28평) 아리랑농장(12평)을 만들었습니다. 포구건너편으로 케네디공항 활주로가 보입니다.

농장을 둘러 본 후 나는 바다로 걸어갔습니다. 아파트 오른쪽으로 8분을 걸어가면 바다(Ocean)가 있습니다. 아파트길을 건너자 개인주택들입니다. 처마밑 새집에서 알을 품고 있는 참새들이 짹짹거립니다. 공중전철길을 지나자 숲속입니다. 30만평의 자연공원이지요. 모래땅이라서 키가 작은 잡목들만 자랍니다. 하늘이 열려보여 아름답습니다. 숲속길을 지나면 금방 바다가 나오는데 나는 일부러 머뭇거립니다. 숲속에서 숲새 산새 바닷새들이 모여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기 때문입니다.

롱섬(롱아일랜드)-돌섬(파라커웨이)-새섬(자연보호구역)- 말무덤섬(마린파크)으로 이어지는 자마이카벨트는 새들의 서식처로 유명합니다. 요세미트보다도 많은 460종이 넘는 철새 텃새들이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짝을 찾는 사랑의 노래들이라 아름답습니다. 로빈새 오리올스 피팽 말고는 모두 고향 한국에서 듣던 새소리들입니다.

인류는 200여 민족들이 제각각 다른 언어로 대화하다 보니 의사불통으로 다투고 싸웁니다. 새들은 언어가 없어서 서로 따지지 않습니다. 노래로 대화합니다. 오페라처럼 말입니다. 90%가 흑인인 아파트에서 영어로 듣다가 돌섬숲속으로 오면 여간 즐거운게 아닙니다. 고향의 봄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종달이도 참새도 고향의 새소리로 노래하니까요. 아픔도 슬픔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장끼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꿩! 꿩! 정오 12시인데 꿩이 외쳐댑니다. 3년전 쓰나미 샌디가 덮쳐온 후 돌섬에서는 꿩소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3년만에 들어보는 꿩소리입니다. 나는 꿩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습니다. 진격을 알리는 나팔소리에 벌떡 잠에서 깬 병사처럼 부쩍 힘이 솟았습니다. 나는 진격하듯 바닷가로 걸어갔습니다. 장끼처러 목을 길게 뽑아대고 파도를 향하여 외쳤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죽음, 가난, 병, 싸움, 죄악, 이별이 있어도 생명과 사랑의 봄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어려워도 살아야합니다. 목사가 맘에 안 들어도 교회에 가야합니다. 정치가 잘못됐어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말아야합니다. 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우리부부는 곡괭이를 들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네 트럭분량의 객토(客土)를 퍼부어 흙을 높였습니다. 땅이 낮아서 토마도가 자꾸만 썪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 심은 마늘과 파가 파랗게 자라고 있습니다. 도라지 더덕 상추씨를 뿌렸습니다. 고추 가지 도마도 오이 호박 허니두 수박은 다음주에 모종을 사다 심을겁니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 한달이 늦습니다. 지난해에는 우리만 농사지었는데 금년은 이웃 흑인들이 달려들어 땅을 일구고 있습니다. 샌디태풍으로 페허가 된 땅에서 수박을 수확하는 우리들을 보고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1가구 1가든인데 우리만 4가든입니다. 놀부농장이라고 불평할만도 한데 칭찬일색입니다.

“미스터 리의 농장이 너무 아름다워요. 당신은 우리들의 모범이요 선생님입니다”

아픈허리로 무리하다보니 허리는 더 악화됐습니다. 구부리기도 힘듭니다.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한달만 있으면 상추 쑥갓 시금치를 맘껏 먹을수 있으니까요. 이번 여름에도 초대형 수박을 따게 될테니까요.

“막내동생 완이의 죽음”에 기도와 조문으로 조의를 보내 주신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조문중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인데 남의 이야기같지 않습니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형제우애가 물씬 풍겨나는 글에서 안타까움과 그리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부모를 죽이는 패륜과 형제끼리 재산싸움에 서로 모른척 살아가는 이 시대에 본이 되는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들중에 하나입니다. 이 땅에서 천국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고인이 된 동생분께서 하나님의 품에서 안식을 누리기를 바라며....“

“이별은 아픕니다. 특히 가족과의 이별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등촌 목사님,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먼저 가신 가족분들, 주의 나라에서 모두 다시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부모가 죽으면 무덤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합니다. 형제의 죽음은 추억에 묻는게 아닐까요? 20년 전 한국에 갔을때 완이와 나는 서로 옷을 바꿔 입었습니다. 동생이 준 가죽코트를 입는데 3천불이 들어있는 악어지갑이 나왔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한겁니다.

동생이 그리우면 그의 체취가 남아있는 바지와 코트를 입고 돌섬바닷가를 걸을 것입니다. 추억의 노래 “내맘의 강물”을 부르면서 말입니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욱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아래를 누르시면 임응균테너의 “내맘의 강물”이 나옵니다.


돌섬의봄. (우)숲속공원 (좌)바닷가. 꿩대신 찾아온 우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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