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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02월04일 14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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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무덤섬을 찾아서




  
폐선을 타고가는 도시탐험가부부

 

“아빠, 요즘 우리집안에 나비가 날라다녀요.“

“거 상서로운 징조로구나. 이조시대 기인 토정이지함은 겨울에도 나비를 날게하여 방문객들을 즐겁게 했거든”

내가 동문서답으로 나가자 아내가 발끈하고 나섰다.

“거 덜 떨어진 나방이같은 소리 말아요. 우리집 나비는 토정처럼 당신의 신통력으로 만들어 낸게 아니에요. 쌀독에서 생겨난 벌래라구요”

아내 말을 듣고 나방 토벌작전을 벌렸다. 셋이서 손바닥 책두껑으로 날라다니는 나방을 때려잡았는데도 여전했다. 나는 약국에 가서 강력살충제를 두병 사왔다.

“두시간 동안 문을 잠가놓고 살충제 두껑을 열어놓으면 나방알까지 죽어버리는 박멸작전이 될거요. 우리식구들은 두시간동안 피난을 가야하는데 어디로 가지?”


둘째 딸 은범이가 나섰다.

“말무덤 섬으로 가요. 케네디공항을 삼태기처럼 품고 있는 해안선을 자마이카베이(Jamaica Bay)라고 해요. 우리가 사는 돌섬이나 아빠가 좋아하는 새섬도 자마이카베이에 속하지요. 그러데 자마이카베이의 중심은 말무덤(Dead Horse Bay)베이라 부르는 Marine Park 예요. 뉴욕의 도시탐험가(Urban explorer)들이 즐겨 찾는 섬이랍니다. 차로 15분거리라서 두시간 피난처로는 적당할 거야요”


자동차를 몰고 가는 우리 세식구는 갑자기 도시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도시탐험가! 탐험은 남극이나 아마존처럼 미지의 세계를 처음 답사하는 것을 말한다. 다 알고 있는 도시는 탐험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도시탐험을 계속하는 탐험가들이 있다. 사람이 찾아가지 않는 도시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사람대신 귀신이 살것같은 흉가. 사업이 망하여 오랜 세월 그대로 버려진 폐허공장건물들을 즐겨 찾는다. 그들은 폐허와 불우를 찾아다니는 휴머니스트들이다.


젊은 예술가들중에 도시탐험가들이 많다. 의사나 변호사인데 자가용없이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도시탐험을 즐기는 괴짜들도 있다. 뉴욕의 도시탐험가들은 미술의 거리 맨해튼소호에 살다가 지금은 부르클린 윌리엄스버그 브릿지근처로 몰려와 산다. 은범이는 유명한 도시탐험가다.


내게도 실패한 도시탐험 경력이 있다. 한일월드컵으로 붉은악마들이 열광하던 2002년 어느 여름날. 은범이와 릿지우드일대의 고동묘지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마피아두목 고티가 감옥에서 죽었는데 워낙 흉악범이라서 성직자의 장례기도를 못 받게 했다. 흉악범이 성직자의 기도를 받고 천당에 가면 천당이 오염될까봐 그랬을까? TV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고티의 무덤을 찾아가 몰래 영생기도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녀가 도시탐험가로 나선 것이다. 그런데 하루종일을 헤맸어도 악인의 무덤은 찾을수 없었다.


(마피아 두목 고티무덤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이번에 말무덤을 찾아가서 도시탐험가의 명예를 회복하리라)

아내와 나 은범이 이렇게 3식구는 도시탐험가족이 되어 집을 나섰다.

15분을 달리니 돌섬의 서쪽 끝에 Hodges bridge가 나왔다. 차를 북쪽으로 돌려 다리를 건너자 바로 말무덤섬이다.

“Trail(등산로)표시가 사방으로 뻗혀있군.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데 은범이가 나섰다. 은범이는 자마이카베이를 많이 연구했다.

“바닷가에 있는 떡방앗간으로 가요. 300년 전 17세기때 네델랜드사람들이 처음으로 이섬에 들어왔어요. 그들은 방앗간을 차렸지요. 지금 방앗간은 없지만 밀가루를 빻던 두 개의 맷돌이 남아있답니다. 아마 노새들이 돌리던 맷돌이겠지요”

간밤에 내린 눈으로 등산로는 하얗게 덮여있었다. 짐승의 발자국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하얀 눈길을 걸어 바닷가까지 왔으나 거기도 눈세계였다. 어디쯤 눈속에 덮여있는지 맷돌은 보이지 않았다. 토끼처럼 눈밭을 뛰어다니던 아내가 소리쳤다.

“와, 예쁜 보트가 정박해있네요. 이놈을 타고 하얀 눈위를 달리면 더 아름답겠어요”


우리부부는 보트에 올라탔다. 바닥이 구멍나서 물에 뜰수없는 보트였다. 모래사장에 뒤집혀 있었다. 그런데 아름다웠다. 누가 보트에 그림을 그려놨기 때문이다.


“도시탐험가들이 그려놓고 간 거예요. 망가진 난파선 보트를 아름다운 미술작품으로 바꿔놨어요. 저것봐요. 저기에도 거기에도 그림보트가 널려있네요”


보트뿐이 아니었다. 태풍에 뽑혀진 나무들도 조형물로 멋지게 구성해놨다. 죽은 말말굽꽃게(Hores hook crab) 둘레로 술병 쇠붙이 유리조각을 붙여 화환을 만들었다. 그런데 섬에는 이상하리만치 쓰레기가 많았다. 쓰레기사연들.


섬에 들어와 방앗간을 하던 네델랜드사람들이 떠나자 폐섬이 됐다. 그러자 뉴욕사람들이 자동차를 폐차시키듯 늙어죽은 말들을 끌고와 버렸다. 자동차 이전시절이다.


사람들이 몰려와 죽은 말고기와 가죽으로 비료와 본드를 만들었다. 찌꺼기와 말뼈는 땅에 묻었다. 그래서 말무덤(death horse)섬이다. 말무덤으로도 모자라 뉴욕의 쓰레기들이 몰려오는 쓰레기하치장이 된다. 1950년초 땅속에 묻혀있던 썩은 쓰레기들이 폭발하여 섬은 쓰레기와 악취로 덮여버렸다.


아무도 찾지 않는 더러운 무인도가 된 말무덤섬. 여기를 도시탐험가들이 찾았다. 그들은 등산로를 만들고 버려진 쓰레기를 예술로 바꿔놓았다. 도시탐험가들은 자연보호운동가요 생명살리기 전사들이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통령각하! 자마이카베이는 3천만평방킬로가 숲과나무로 덮여있는 뉴욕의 청정지역입니다. 요세미트 옐로우스톤보다도 더많은 340여종류의 철새들이 다녀가는 새들의 낙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악취가 진동하는 Dead hores Bay로 버려져 있습니다. 자마이카베이를 살려주십시오”


2010년 오바마대통령이 Obama Administraion을 발표했다. 그 안에 자마이카베이 자연 휴양지국립공원청사진이 들어있다. 오바마야말로 도시탐험가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집 떠난지 3시간이 지났어요. 말무덤을 찾은 도시탐험가임무 끝냈으니 집으로 돌아가요. 빨리 가서 살충제에 몰살당한 나방무덤을 확인하자구요”


은범이가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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