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 - 기독뉴스
모바일보기
기독뉴스 개편사이트 안...
2024년 05월 05일
 
뉴스 오피니언 방송사진 커뮤니티 2세뉴스
기사등록 I 독자마당 I 광고후원 로그인 회원가입
뉴스홈 > 오피니언 > 칼럼 > 정연호칼럼
2014년11월23일 18시38분
글자크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우리의 소원
유럽의 날씨가 으레 그렇다지만 우리가 도착한 날 베를린의 하늘은 유독 흐렸다. '다크 투리즘'(Dark Tourism)으로 찾아온 우리의 방문목적과 어울리는 듯 하여 기분 나쁘지 않았다.
 
역사의 어두운 면을 돌아보는 '다크 투리즘', 특히 유대인과 관련된 기독교의 아픈 역사를 배우는 Christianity and Anti-Semitism』(기독교와 반유대주의) 과목 학우들(석박사 과정)과 기독교 역사의 아픈 현장들을 돌아보고 있다.

 11.21-30, 9박 10일의 일정 중 첫 날 라이프찌히의 성 토마스 교회와 성 니콜라이 교회, 그리고 히틀러가 비텐베르크 대학과 할레 대학 - 루터가 3년간 수학했다는 - 을 합쳐 이름을 바꾼 루터 대학교를 방문하였다. 히틀러가 1933년 학교 이름을 루터 대학으로 개명한 데는 루터를 기리고자 함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면서 우리 신학함의 겸허, 그 당위성을 통감하였다.

둘째 날 우리는 이른 시간에 무너진 동.서 베를린 장벽을 방문하였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 찬송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할 때 뜨거움이 밀려왔다. 어제 방문했던 성 니콜라이 교회의 기도회 촛불이 내 가슴에도 타고 있음이렸다.

믿음을 합리적 논리의 공간에 가두기에 익숙해지지는 않았는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에 움츠려 들지는 않았는가, 그간 동서 통독에 들인 모든 액수보다 우리가 지불할 액수는 사실상 더 무겁고 클 수 있다는 통일 전문가들의 분석에 주눅이 들지는 않았는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의 세계에 안착하지 못하고 다시 북으로 회귀하는 자유 이주민이 있다면 70년의 분리로 우리 가슴에 패여진 사상과 문화와 감정의 골짜기를 연결할 다리 건설은 불가능함을 말해 주는 건 아닌가.
 
나는 오늘 이방의 땅에서 이루어진 기적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감격하며, 이러 저러한 통일 패배주의 내지 회의주의 또한 내려 놓는다.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 했거늘 논리와 합리를 꿈의 대척점에 두었던 어리석음을 깊이 반성한다.
 
역사의 아픔에 동참한 자들은 한결같이 꿈꾸는 자들이었다. 마른 뼈가 살아나는 환상 속에서 망해 버린 나라의 미래를 보았던 에스겔처럼 1896년 『Der Judenstaat』(유대인 국가)를 저술하면서 50년 후 유대인 국가의 탄생을 예언했던 데오도르 헤르츨 또한 꿈꾸는 자였다.
 
나는 무너진 동서 베르린 장벽 앞에서 꿈꾸는 헤르첼의 위대함을 다시 되새긴다. 꿈이 몽상으로 끝나지 않는 비결을 그는 가르치고 있다: "당신이 의지적으로 결단을 내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한 명의 꿈꾸는 자, 빌리 브란트를 만났다. 그는 동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30년 전, 1959년에 "브란덴부르크 문이 더 이상 (동서 베를린의) 국경으로 서 있지 않을 날이 올 것입니다."를 예언했다. 그는 냉전시대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감수하고 동구 공산권과의 화해를 위해 헌신했다. 그리고 동서 베를린의 하나됨을 꿈꾸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브란트 기념관이 있다. 동서 베를린 장벽이 처지는 그 시간 대에 베를린 시장을 지내고 1969-74년 서독총리를 역임했던 브란트(Willy Brandt). 나는 그의 큰 얼굴에 나의 작은 얼굴을 가져갔다. 그때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정연호 목사(이스라엘 University of the Holy Land 교수)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페이스북으로 보내기미투데이로 보내기 뉴스스크랩하기
정연호칼럼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43149316  입력
댓글콘선택 : 댓글 작성시 댓글콘을 클릭하시면 내용에 추가됩니다.
[1]
뉴스홈 > 오피니언 > 칼럼 > 정연호칼럼
다음기사 : [아우슈비츠로 가는 철로] 성지의 소리 (2014-12-01 12:52:32)
이전기사 : 장막절 1 (2014-10-22 11:47:26)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회사소개 보도지침 저작권 규약 이용약관 사업제휴 직원채용 광고후원 기사제보 연락처 don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