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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11월14일 18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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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설교]순례자로 살아온 나그네의 떠나는 인사

이른 새벽에 기도회에 가는 길은 어둡기는 하지만 그렇게 상쾌하고 신선할 수가 없습니다. 방문을 나서면서 그 놀라운 천혜(天惠)의 고요와 청정(淸靜)함에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요즈음 새벽기도회에 나가는 길은 상쾌하다기 보다 더 할 수 없는 적막과 상념에 빠져들게 합니다.

왜 그럴까요 ?  여러분께서는 “ 이제 며칠 후면 주목사님께서 떠나 가시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우리 모두가 정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런거지요 .” ㅡ이렇게들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라기 보다는,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지금이 가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이 척박한 곳에 와서 네 번째 맞는 이 가을이 여러분과 지내는 마지막 가을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는 코스모스가 피었다거나, 하늘이 높고 푸르다거나  아름답게 단풍이 들어 낙엽이 저가는 가을다운 sign도 없지만, 가을인 것을 감지하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나는 감사합니다. 가을이 없는 곳에서 가을을 맛 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지 역시 가을은 사색의 ㅡ계절이요 상념과 고독의 계절입니다.  여러분께서 읽으신 분도 계실지 모르나,  이수인 수녀(修女)의 “가을”이라는 시(詩)에 ㅡ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수의(壽衣)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감사하고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입니다.
모두에게 용서를 받고 약속의 나라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누구나 다 죽어가는 이 세상에서 그녀는 어떻게 살았던지 간에 살아온 날들을 감사하고 , 또 이웃에게 저지른 모든 허물과 잘못한 일에 용서를 빌고, 이제 그만 약속의 나라로 뛰어 가고 싶다는 고백입니다.   그녀가 말한 약속의 나라는 곧 천국이요, 우리가 받은 약속의 나라도 천국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서 길을 가는 나그네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우거(寓居), 즉 “임시로 잠간 머물고 가는 객사(客舍)”에서 하늘나라로 길을 가는 나그네란 것입니다.

성경 히11:3 절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천국의 집을 향해서 길을 간다고 하는 사람들을 “그들은 이방인이요 나그네 다”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땅위에 벽돌로 지었거나 나무로 지었거나 당장 오늘 밤에 들어가 자고 일어날 거처할 자기 집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천국 집을 향해 가고 있다니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 여기고 , 있는 것을 없는 것 같이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 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바보같이 이상한 나그네들입니다.

세상의 나그네들은 그의 육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서 온갖 수고를 다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 갑부가 되고, 공부를 많이 하여 학박사가 되고, 아니면 정치에 투신하여 권세를 쥐고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소위 금의환향(錦衣還鄕)을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금의환향을 위하여 세월을 보내다가, 그의 생명이 유래한곳 천국을 놓지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로 빠지고 마는 비극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바보처럼, 보이지 않는 천국, 현재에 없는 약속의 나라를 보이는 실상으로 바라보고 세월을 보낸 사람들은 생로병사후에 이어진 하늘나라가 있는 것입니다.

남들이 생로병사의 길에서, 열심히 돈 벌고, 출세하고, 학문을 닦아 자기 이름을 날려 입신 양명(立身揚名)을 위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자기의 생명이 유래한 곳을 향하여 따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은 그 인생의 순례의 길에서 “얼마나 주님과 동행하며, 얼마나 그 길목에서 하나님을 만나느냐”에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세상 적으로는 손해를 많이 보는 사람들입니다.

순례자들은 한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꾸 자꾸 길을 가면서 그가 가야 할 길을 찾으며 가는 사람, 나그네인 것입니다.  좁아도 옳은 길을 찾아서 가고, 행여 길을 잘못 들어섰으면 옳은 길로 돌이키어 가고, 길이 넓고 길 가기가 수월해도 그 길이 옳은 길이 아니면 그 길을 떠나서 손해가 되더라도 궤도를 수정하여 가는 길손인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궁궐같은 집을 짓지 않습니다.  터줏 대감이 되기 위하여 성(城)을 쌓지도 않습니다. 객사에 우거하면서 떠날 채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씨를 뿌리는가 싶더니 이마에 땀 흘리는 시절이 지나자 어느덧 가을의 추수하는 벌판에 서게 됩니다.  모든 인생은 그 가을의 벌판에 서서 그가 거둔 수확(收穫)을 보면서 동면(冬眠)의 계절, 인생 휴면의 계절에 들어갈 준비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인생동면(冬眠)의 계절이 지나면 씨 뿌리는 봄은 다시 오지만, 인생 휴면(休眠)의 계절이 지나면 인생의 씨 뿌리는 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순례자 인생의 길인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있는 것처럼 붙들고 순례의 길을 간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영원한 계절이 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겪는 땀 흘리며 수고하고 짐지는 것과는 달리ㅡ의(義)와 희락(喜樂)과 평강(平康)이라는 하늘의 복이 넘치는 계절이 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길에서 120년의 생을 마친 모세는 그렇게 충성스럽게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감당했으며, 보람을 느낄 만도 했을 터이지만, 모세는 “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우리가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라고 세월의 빠름을 술회하였습니다.  그리고서 “우리의 남은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라고 간구하였습니다. (시 90 : 10, 12)

나그네요 순례자로 사는 인생들이 행여 어린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제 길로 갔다면 (사 53:6) , 속히 하나님께서 오라고 하시는 길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나님께는 오래 참고 기다리시는 자비가 있지만((롬9:22, 딤후2:10), 천년이 하루 같을 수 있기 때문에 떠날 채비에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족한 저와 곧 이별하게 되는 여러분은 나그네 인생길이 얼마나 남았다고 점쳐집니까?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미래를 현재로 보는 지혜와 믿음이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번 감사주일 예배가 끝나면, 어렵게 어렵게 NY을 통하여 LA에서 수배된 이삿짐 차량으로  11월 7일, 저의 손때가 묻은 서책들(冊書)과 가구도 없는 간단한 소지품 몇 가지를 N J로 실려 보냅니다. 소량 이삿짐이기 때문에 큰 콘테이너 차량에 정량이 차기까지 취합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날 시일이  지나서야 이삿짐이 N J에 도착할 것이라고 합니다.

은둔(隱遁)과 같았던 세월들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하여 보아도 몇분 되지 않는 여러분과 같이 지내온 그 몇 년의 세월은 정말 감사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미운 정, 고운 정, 이렇게 정든 여러분들을 뒤에 두고 가벼운 것처럼 떠나는 저희 내외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굳이 떠나는 이유는, 이 후에도 또 다른 바라는 것의 실상이 있고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떠난 후에 또다시 교회가 문 닫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색의 계절 가을, 고독의 계절, 이 가을의 계절에 바라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들을 제대로 찾아 꾸준히, 정말로 꾸준히 따라 가시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2001년 11월 4일 (주)


주진경 목사(뉴저지 은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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