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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11월04일 11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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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진미(魚 頭 珍 味)
삼십 년 전 독일에서 유학 할 때다. 새로 동네에 들어온 맥도날드(Mcdonald) 햄버거가게에 구경 겸 끼니를 때우기 위해 갔다. 세 살 배기 딸과 갓 돌이 지난 아들 그리고 아내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 햄버거인지라 꿀맛을 다시듯이 감자조각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어 치운다. 열심히 햄버거를 먹던 아내가 미안했던지, 나를 보며 “당신은 왜 햄버거를 먹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아니, 나는 햄버거를 싫어해”라고 밀 한다. 지금 아내는 내 말의 뜻을 잘 안다. 사실 내가 맥도날드를 정말 좋아하는 것을 지난 수 십 년을 보아왔으니까 말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밥상에 물고기 한 마리라도 올리는 날이면 온 가족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날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 날이면 자녀들이 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두고 경쟁하듯 살점을 뜯어내어 입에 넣기 바쁘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물고기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말 한다. 그래도 자식들이 미안해 하면 고기 대가리와 꽁지 한 조각을 뜯으시면서 “물고기는 역시 어두진미(魚 頭 珍 味)야”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내가 비로서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햄버거가게에서 딸과 아내가 햄버거를 열심히 먹고 있을 때 이었다. 

생활비도 모자라 신경 써야 하는 유학생활에 햄버거는 버거운 소비였다. 학생식당의 두 끼 식사값에 해당 했으니까! 돈을 항상 아껴야 하는 처지에, 식성 좋은 나마저 달려들면 지출은 예산을 훨씬 뛰어 넘는다는 것을 잘 아는 나였다. 그러니 딸과 아들 그리고 아내의 물음에 “아빠는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 할 수 밖에…...  이젠 아이들과 아내는 내 말의 뜻을 잘 안다. 우리 집에서 내가 햄버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넉넉지 못한 세상을 사신 분들이다. 그리고 자식들의 배고픔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분들이다. 그러나 지금도 어떤 덜 떨어진 자식들은 자기 부모님들이 유별나게 물고기 대가리와 꽁지만을 좋아하신 분들이라고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한다. 물고기의 대가리와 꽁지가 진짜로 별미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식들이 자신의 부모들이 과연 어두진미라고 말한 뜻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자신들도 똑 같은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면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잠시라곤 해도, 자기들이 부모가 되어 어두진미만을 좋아했던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을 깨달을 즈음되면, 더 이상 부모님들은 이세상 사람이 아닐 수 있다. 그나마 부모님들이 살아계신다면, 자식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되갚을 기회라도 생기는 것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어떤 권사님이 속이 상해서 아내에게 하소연을 털어 놓는다. 아들 녀석이 좋아해서 곰탕 한 냄비를 끓여 갔더니만, 미리 연락하지 않았다고 며느리가 투덜거리더라는 것이다. 물론 며느리가 화장을 다 마친 한 시간 내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 녀석의 대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 시간을 서 있다가 왔다는 것이다. 이런 어두진미(魚 頭 珍 味)라니…………      

김호환 목사(워싱톤 이반젤리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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