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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10월21일 07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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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듣는다
무의미와 의미
당신은 지금 아침 일찍 가을이 끝나는 들길을 혼자 걷는다그리고 길가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에 눈이 간다당신은 그 꽃을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다그 때 꽃은 당신에게는 하등의 의미도 없는 다만 공간을 차지한 물상에 지나지 않는다그러나 그 꽃이 화들짝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나 문을 열고 달려온다면 당신은 숨이 차듯 서서 그것을 드려다 본다그때 당신은 꽃을 듣는다꽃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당신이 꽃을 들을 때 당신에겐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당신은 꽃이 주는 의미를 본 것이다당신이 본 그 꽃의 의미는 다양하다여기 당신이 그 꽃에게 주의를 주는 것과 그냥 스쳐가는 것그 차이를 생각해 보라당신에게 그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그에게 당신은 결국 아담의 이름을 붙여준다당신이 그 꽃이 되는 것이다여기 김춘수의 꽃을 생각해 보자김춘수는 길 가다 만난 꽃에게서 그 어떤 존재성을 보았다그 어떤 의미를 자아낸 그는 꽃의 인식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 본질로 회귀한다그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말하고 우리 속에 잠든 의미와 언어를 길러낸다그 꽃을 꺾어 소유하고 싶어 한 테니슨과는 얼마나 다른가그것이 동양과 서양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이다.


시를 생각하는 당신에게 꽃이 속삭이는 언어는 다양하다고향멀리 계시는 어머니떠나간 옛 애인 등더 많은 다양한 대상을 그려낼 수 있다보이지도 들을 수도 없는 당신의 신앙을 그려낼 수 있다그 다양한 언어가 생명이 되어 하나의 아니 몇 겹의 형상을 만들어 당신은 이미지의 세계를 연다시는 느낌이다느낌이 없는 언어는 죽은 언어이다언어가 느낌이 될 때 이미지가 창출된다그리고 시는 삶 자체이다시는 당신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다혈질인가소심형인가시는 거기서 출발하여 당신을 이끈다.

꽃은 하나의 소재에 지나지 않다그 소재를 생각하지 않고 당신은 시를 생각할 수 없다그 소재를 가지고 어떤 꽃으로 보느냐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그때 주재란 말이 등장한다그러나 주재는 보이지 않게 가만히 등장하는 조연으로 시의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이라고 생각하자. (그런 시시 전체가 은근히 말해주는 주재얼마나 멋스러운가지금 쯤 이러한 나의 말에서 당신은 시의 기초적인 한 방법론을 떠올렸을 것이다그리고 꽃이 침묵하는 말말과 말 사이에 들리지 않는 침묵이 무엇인가를 눈치 챘기를 바란다 (이것은 물론 우리가 좀 더 먼 시의 길을 앞서갔을 그 때 더욱 이 침묵의 소리를 듣는 방법을 알아 보리라).

자아이제 흰 종이를 앞에 두고 펜을 들고아니면 컴퓨터 앞에 앉아보자.

당신은 그 꽃에게 무슨 이름을 붙여 줄 것인가당신에게 고요한 가락(느낌)을 타고 오는 것,속삭이는 그 말을 따라가 보자 당신에게 꽃은 이미 꽃이 아니다꽃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느낌이 없는 언어는 생명이 없다고 앞서 말했다).

 
여기 첫 글귀아니면 시행이 배경을 열고 분위기를 끌고 온다예 하나; ‘길 가다 문득 철재 사립문에 고개를 내민 꽃 하나‘ 여기서 시작하여 당신은 행여 아침을 연다로 한다면 어떨까그런 생각이 불쑥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단시를 꿈꾼다면 그런대로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니다결론이 너무 빨리 나온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승이 힘들어지고 행 사이의 거리감이 너무 뜨지 않을까그보다는 앞줄의 바톤을 받아 승하는 이미지, ’사립문의 암시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그때 연이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어머니기다리는 어머니어릴 때 옛집 사립문에 서서 나의 늦은 귀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얼굴그리고 그 얼굴은 (근심과 애탐으로 그러나 이 표현들은 설명이 됨으로 생략함이 좋다황혼이 물들어 있다.한번 을 위해 따라 가보자.......

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반기는 엄마의 이마에는 노을에 젖은 가느다란 강줄기가 흐르고 어서 오라 손을 흔든다로 해보자아이는 귀가 길을 막던 장난꾸러기들과 손등에 난 벌건 손톱자국도 잊어버리고 엄마에게 달려간다밥 먹어라 배고프겠다그날따라 엄마가 차려온 유난히도 흰 쌀밥....

꽃잎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 몇 개 그 위에 떨어진다어쩐지 이슬방울이 붉다위에서 나는 즉흥적으로 꽃의 소재에 충실하는 이미지를 따라 가보았다이제 꽃잎은 의인화되어 눈물이 떨어지는 화자의 얼굴이다

그리고 이슬방울 몇 개 아침을 연다로 끝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맥상 아침을 연다‘  어쩐지 이슬바울이 붉다‘ 중에 한행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당신이 ...이슬방울 ...를 버리고...아침...을 택해했을 때 물론 그날 그 아침은 다른 날과 다른 아침이다형용사가 필요없다앞에서 미리 다 말했기에 말없는 말로 여운을 남기며 시는 끝을 맺는다

그러나 어쩐지 너무 평범한 이미지에 깊이가 없어 보인다결국 당신은 ...붉은 이슬방울을 선택하기로 한다그 때 시는 말하지 않는 침묵의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그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당신은 펜을 내려놓을 것이다. (너무 말이 많아지면 과장이 되고 잡티가 덕지덕지 붙어 주제가 산만해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은 시의 모성이다자연이 낳은 시도 자연이어야한다그러기 위해서 당신은 당신이 눈여겨본 대상이 가지고 있는 과학성을 놓쳐선 안된다예를 들어 나비를 말할 때 나비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나비를 소재를 할 때 나비에 걸맞은 언어 표현과 주재가 있다는 말이다꽃도 여러가지가 있다꽃의 현미경을 가지고 가까이 가서 본다. (때로는 멀리그가 말하는 것이 과장됨이나 거짓이 없고 진실인가이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번 기회에 시의 초보적인 작법을 따라가 보았다.

가만히 내 글을 들여다보며 당신은 초보적인 시작의 길법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으리라다시 만날 때 꽃이 아니라도 나무바위물소리 등등을 소재로 삼아 당신의 사상의 탑을 지어 오셨으면 하고 바래본다참석하시는 분은 가능하면 이 문장을 푸린트해서 가지고 오기를 희망해 본다아듀샬롬! (10.2014)


곽상희(계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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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락 (2014-10-22 12:37:26)     61   27  
세상이 이렿게 아름다울 줄이야


石雲 金 敬 洛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예전엔 미쳐 몰랐네

아침마다 太陽은 燦爛히 떠오르고
뒷뜰로 향한 窓門을 열면 아름다운 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지져기며
노래하며 춤추네

담장밑에 심은 호박이
뒷뜰 퇴전과 잔디밭을 가로질러
빨래줄을 타고
줄줄이 애호박을 잉태하며
하나님의 創造의 攝理를 노래하네

그런데 나는 왜 호박이 자라지 않을 까
10월의 싸늘한 날씨를 걱정하는가!

2014. 10. 8(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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