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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8월11일 18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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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우리 아가 얼굴 한 번만 보고싶어요”
시각장애 아픔 사랑으로 밝힌 천미영·최성필 성도

▲ 천미영·최성필 성도와 아들 최서진 군.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빛 한 줄기, 때론 투닥거리는 가족들과의 아침밥상, 바쁘게 스쳐가는 길가에서 마주한 작은 꽃 한송이 그리고 지나가는 이름 모를 사람들. 어떤 사람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겠지만, 그 소소한 일상을 상실한 이의 아픔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한참 예쁘게 피어날 20대의 나이, 더욱이 새로운 사랑의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한 여인에게 갑자기 닥친 깜깜한 어둠.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상실의 아픔 지켜낸 소중한 사랑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 성격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천미영 성도(32,성남제일교회).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4년 전 되돌릴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다. 어렸을 때부터 좋지 않았던 시력이 백내장과 합병증으로 이제 더 이상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

그 아픔은 남편 최성필 성도(41,성남제일교회)에게도 마찬가지. 서른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인 그녀. 하지만 사랑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청천벽력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런 나라도 계속 만날 수 있어?” 천미영 성도의 질문에 최성필 성도의 대답은 간결하고도 굳건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최성필 성도는 앞을 볼 수 없는 여자친구의 눈이 되어 사랑을 견고하게 지켜갔고, 결국 두 사람은 지난 1월 결혼식을 올리며 인생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됐다.

진실한 사랑으로 어두움을 밝힌 두 사람이지만 처음에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 천미영 성도는 “두렵기도 했죠. 앞을 못 보게 되면 혹시 이 사람이 떠나갈까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불편해지고 힘들어지니까. 그래서 결국엔 사람들을 잃을까봐, 그 현실이 가장 힘들었어요.”라고 지난 시간을 고백했다.

하지만 천 성도는 누구보다도 씩씩해지기로 결심한다. “남들이 하는 일 왜 나는 못해?” 비록 24시간 깜깜한 밤을 보내야 했지만 눈물을 흘리며 아파할 새 없이 손에 작은 감각 하나 하나를 기르고, 넘어지고 다쳐도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천 성도는 남편에게 직접 아침밥상을 지어줄 수 있을 만큼 요리도, 집안 살림도 척척. 가끔은 가족들이 천 성도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혼자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하게 일어섰다.

 

사랑의 열매 ‘우리 아들 서진이’


그리고 지난 3월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부부에게 큰 선물이 찾아왔다. 두 사람을 꼭 닮은 아들 서진이 태어난 것. 혹시나 나와 같은 장애를 물려줄까 아이를 품기까지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천미영·최성필 성도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아들을 품에 안았다.

뱃속에서 열 달, 이 세상에서 백 여일을 키워낸 천 성도는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는 보통 엄마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데도 아이를 키운다고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제가 엄마니까… 엄마가 처음이니까 서툴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하나씩 배우면서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데… 또 당연히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요즘, 깊은 어두움 속에서도 씩씩하고 당당하기만 했던 천미영 성도의 눈에 보이지 않던 눈물이 자주 흘러내린다.

“우리 서진이… 서진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서진이 얼굴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상했던 그리움, 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릴 수도 없는 아들의 얼굴에 엄마의 가슴이 미어진다.

“사랑하는 남편도 보고 싶지만, 남편 얼굴은 제가 기억하니까요. 하지만 서진이는… 이렇게 많이 보고 싶을 줄 몰랐어요.”

그래서 남편 최성필 성도는 틈만 나면 사진기 셔터를 누른다. 최대한 많이, 아내가 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다 기록해 남겨놓기 위해서다. 최근 방영된 KBS 인간극장 출연도 이 때문.

“지금보다 의학이 더 발전해서 아내가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순간 하나하나 다 빠짐없이 보여주고 싶어요.”

“시각장애인 아닌 최서진 엄마로”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 앞에 늘 당당한 천미영 성도이지만 앞으로 헤쳐가야 할 시선도 적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저를 알았던 사람들에게 전 천미영이지만, 언젠가부터 제 이름 앞에 꼭 시각장애인이란 수식어가 붙게 됐죠.”

평소 손재주가 많았던 천 성도는 시력을 잃은 후에 종이접기 자격증을 취득했다. 종이의 질로 색감을 느끼며, 보일 때 접어봤던 감각을 살려 색종이로 꽃바구니도, 아이 모빌도 멋지게 만들어 낸다. 가진 재능을 살려 종이접기 강사를 꿈꿔보기도 했지만 세상의 시선은 천 성도의 마음과 같지는 않았다.

“가끔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종이접기 수업을 할 수 있냐는 제안이 와요. 감사한 일이지만,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가르친다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려워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못하죠. 일반인들을 가르치는 곳에서는 저 같은 강사를 쓰려고 하지 않구요.”

하지만 천미영 성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남편 최성필 성도도 일심동체다.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부부는 최근 믿음의 눈도 떠가기 시작했다. 모태신앙이지만 삶에 바빠 교회를 멀리했던 최 성도. 그리고 가슴에 소원을 품고 기도했었지만 어두운 현실 앞에 하나님의 손을 놓아버렸던 천 성도. 하지만 어느 날 이유 없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교회에서 조금씩 믿음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직 강한 믿음은 아니지만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게 됐어요. 그리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기도도 드리게 됐구요. 무엇보다 서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너무 감사해요. 걱정했는데 서진이가 사람들하고도 눈도 잘 맞춘다고 하니까요. 우리 가족이, 그리고 우리 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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