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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8월08일 18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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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이 우울증에 잘 걸릴까?





“너, 정신과의사 맞아?”

이 친구 또 나를 골탕 먹일 모양이군, 중얼거리며
“갑자기 왜 이래, 자네 치매기가 든 것 아냐?” 하고 반격했다. 그는 내 말에 개의치 않고  
“프로이드나 뇌, 신경전달 물질 나부랭이들 떠벌이지 말고 쉽게 말해봐라.” 
도대체 감이 안 잡혀 “무슨 말인데, 알아야 하지.”
그는 큰 소리로 “우울증 말이야 우울증, 그게 유전되느냐 말이야!”


요새 자기 마누라가 꺼떡하면 소리 지르고 달라 들며 왈가닥스럽게 구는 게 혹시 정신병에 걸린 거나 아닐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처갓집 친척 되는 남자 하나는 직장을 가지고 독립적 생활은 하고 있으나 항상 우울하게 보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outsider여서 혹시 처갓집에 정신병 내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간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자주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자기 자식들이 나중에라도 정신병에 걸리게 될지 몹시 염려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21 세기에는 대부분의 정신병을 뇌 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뇌의 생리학적, 해부학적, 유전학적 설명을 빼고 사실 우울증을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친구의 부탁이니 만큼 전문적 용어를 가급적 쓰지 않고 우울증에 대해 말해 주었다.


허겁지겁 헉헉 숨찬 숨소리 품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 스트레스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현대인들, 어찌 우울하지 않을 수 없으랴!.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아무리 어려운 인생고비에서도 한동안 인생 열병을 앓다가 허리띠를 졸라 메고 다시 일어선다. 그들은 잠시 우울한 감정에 젖어 있었지만 바쁜 삶은 이처럼 우울한 감정조차도 잊게 만든다. 반면 우울증이란 우울감이란 마음의 감기가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깊은 우울감의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정신병이다.

미 정신의학협회는 여러 해 동안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울증 진단지침을 만들었다. 앞서 말한 우울한 감정이나 삶에 대한 흥미 상실 중 어느 하나에다 식욕, 수면, 무기력, 초조불안, 집중력, 죄책감, 여러 신체 통증, 자살충동 등 4 가지 이상의 증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여기에 이러한 증상들이 매일 상당한 시간동안 최소 2 주 이상 지속되어 사회생활, 가정생활,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우울증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임상에서 환자를 보면 우울증은 진단 지침서와는 다르게 어느 한 가지만을 중점적으로 여러 사람들에 의하여 여러 다른 상태로 나타난다. 왠지 기분이 찜찜하고 세상사가 귀찮아 진다거나, 무기력해져 예전에 흥미 있게 즐기던 일도 하기 싫어지거나, 크게 걱정할 것도 없는데 항상 불안에 떨거나, 잠들기도 어렵고, 잠든 후에 자주 깨면서 다시 잠을 못 이루거나, 두통, 소화불량, 변비, 요통 등 여러 신체증세를 호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하는 일들이 힘들어지고 결정을 잘 못하거나, 자존심이 낮아져 자책감이 심해 세상을 보는 눈이 부정적으로 표현된다.


어떤 사람들이 우울증에 잘 걸릴까?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적극성이 결여된 구강기의 갈등이 해결 안 된 의존적 성향의 성격 소유자이거나, 또는 지나치게 세심하고 양심적이며 항상 인생의 높은 목표를 세워놓고 이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한 자책감과 패배감으로 괴로워하는 항문기 갈등해결이 부족한 강박적 성격 소유자들이 많다.

 
또 하나 흥미로운 관찰은 우울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신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보려는 심성이 온순한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독한 마음의 소유자, 세상을 ‘케세라세라’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잘 안 걸린다. 


어째서 우울증에 걸릴까? 우울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지만 Reasonable 설명은 할 수 있다. 먼저 우울증이 자라날 토양이 있어야 한다. 가족력이 있어 우울증에 걸릴 취약성이 높거나, 의존적, 강박적 성격자이거나, 기질적으로 뇌세포내의 신경전달물질들의 불균형 존재해야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이슈는 우울증이 유전되느냐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어떤 병이 유전된다고 할 때는 실험적으로 확실한 유전인자를 확인하는 경우다. 이런 조건 때문에 우울증이 유전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알게 된다. 우울증 환자가 직계 내에 있으면 없는 가족보다 2-3배 우울증 위험이 높다. 쌍둥이 연구에 의하면 유전인자의 절반이 같은 이란성 쌍둥이 모두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30% 미만이지만 유전인자가 모두 같은 일란성 쌍둥이 경우는 확율이 70% 이상이다. 이런 확률의 수치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도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환경이 우울증을 일으키는데 관계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유전적 토양이 비옥하더라도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으면 우울증 없이 일생을 보낼 수 있다. 환경 또한 유전적 취약점 못지않게 우울증 발생에 기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울증에도 종류는 있는가? 증상의 강도와 지속기간에 따라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과 기분부전증(Dysthymic disorder)으로 나누고, 세대별로 청소년 우울증, 성인 우울증, 노인 우울증, 그리고 계절에 따른 계절성 우울증으로 나눈다.

주요 우울증은 우울증 가운데 증상이 가장 심한 우울증으로 보통 정신과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다. 주요 우울증의 한 가지 이점은 증상이 단기간 동안 소나기처럼 악화되는 경향이 많아 약물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여 회복 가능성이 크다. 주요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어도 대개 6 개월 내외에 증상이 서서히 없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기간에 무척 괴로움을 당하며 가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이 이렇게 스스로 없어졌다 해도 일정기간 후에(개인적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므로 치료가 꼭 필요한 병이다.


치료를 받지 않고 재발한 우울증은 약물에 덜 반응하고 회복도 늦어지고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초기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과 증세가 비슷하여 치료를 받지 않고 넘어간다. 아니면 민간요법, 한방요법이나 일반 의사한테 불안과 불면, 통증 약들을 복용하므로 정신과 의사한테 오기까지는 보통 2-3 년이 걸리게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찾아온다. 누구 말마따나 병은 아는 만큼 나아지므로 좋은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터넷 정보를 잘못 이해하고 더구나 우울증 자가진단검사 하나만으로 쉽게 우울증 진단을 내리는 Googling 환자들이 꽤 있다. 임상세계는 인터넷 정보나 두꺼운 의학교과서에 쓰여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개인마다 제각기 다른 여러 임상 상태를 나타내므로 우울증 진단만은 반드시 정신과의사한테 받는 게 좋다. 


기분부전증이란 진단명은 내가 정신과수련을 받고 있던 1970년 초반에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땐 비슷한 진단명으로 Depressive personality(우울적 성격)는 있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한 늘 우울한 사람(Born depressed)이다. 1990년대에 이르러 기분부전증이란 진단명이 채택됐다. 

주요 우울증에 비해 증상은 심하지 않고, 자살충동은 거의 없어 입원치료는 필요 없지만 증상들이 2 년 이상 지속되는 일종의 만성 우울증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그런대로 가정생활, 직장생활은 유지할 수 있지만 지속되는 우울증세 때문에 늘 우울감에 젖어 있고 무기력하고 도전적, 적극성이 없고 자신감, 자존감이 낮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분부전증 환자는 우울감이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성격의 일부라 생각하므로 인생의 고갯길에서 큰 스트레스를 만나지 않으면 평생을 그대로 안고 지나간다. 그들은 자신의 기분이 지속적으로 좋았을 때가 없었으니 좋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른다. 자신의 기분에 익숙해져서 우울하고 쓸쓸한 기분상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다만 인생의 고갯길에서 만나는 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했을 땐 주요 우울증으로 빠져 들어간다.

정신과에서는 이러한 우울증을 이중 우울정(Double depression)이라 부른다. 이중 우울증의 치료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비록 심한 주요 우울증을 치료했더라도 환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기분부전증의 우울감 때문에 환자는 치료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말 그대로 찬 비바람에 젖은 낙엽들이 하나 둘 떨어지는 늦가을부터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해 지다가 한 겨울이 되면 몸이 축 쳐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도 자도 또 자고 싶고 배고프지도 않은데 음식을 자주 먹고, 특히 케이크, 아이스크림 같은 단 음식에 탐닉한다. 누가 뭐라고 하면 신경질을 부려 옆에 가기도 싫어진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면 기지개를 크게 펴며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상생활로 돌아온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일조량의 영향 때문에 발생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청소년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대신 별일도 아닌데 자꾸 짜증을 내며 가끔 화산폭발 같은 분노도 나타낸다. 자살행동이나 범죄행위를 저지를 수 있어 치료를 늦추면 안 된다. 노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보다 여러 신체증상들을 호소한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소화도 안 되고 변비가 자주 생기고 기억력도 떨어져 이제 인생 다 살았다는 절망감에 빠져들기 쉽다. 자살행동이 가장 많은 세대가 노인층이므로 우울증을 노화나 치매증상으로 오인하지 말고 정확한 신체와 정신검사가 필요하다.


앞서 내 친구가 말한 이상한 처갓집 남자(아마 기분부전증 환자?)와 비슷한 환자 케이스 소개한다. 후리후리한 키, 서글서글한 눈은 ‘로마의 휴일’의 그레고리 팩 같은데 무언가 우수에 젖은 얼굴표정은 ‘카사브랑카’의 험프리 보가드를 생각나게 하는 30 대 중반의 남자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처음 만나는 환자한테 던지는 상용적 질문이다.
“아내가 정신과의사를 만나보고 오라고 소리쳐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착 가라앉은 음성이다.
“부인과 의견차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위협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런 건 없는 것 같은데, 글쎄 그 사람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항상 아내 말대로 살고 있어 자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지 않다는 어조였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치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하지 않습니까,
어느 부부간에도 그런 문제는 있으니 까요.” 그와의 대화를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위로하는 척 한마디 던졌다.
“그래요? 저는 저만 그런지 알았습니다.”  


그의 얼굴 표정이 조금 변하며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그는 컴퓨더 아날리스트로 딸 하나를 둔 가장이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으나 착한 새어머니 밑에서 별 탈 없이 자랐다. 그러나 그는 항상 불안했다. 자기 때문에 아버지와 착한 새엄마가 싸우지나 않을 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점점 자기 의견과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소년으로 변해갔다. 학교 친구도 별로 없었다.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딱 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물에 빠져 죽어버렸다. 자살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친구가 죽은 후 그는 말이 없는 우울한 외톨이가 되었다. 대학생활도 아무런 즐거움 없이 무덤덤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주위에는 항상 여대생들이 모여들었다. 차분하고 쓸쓸하고 고독이 서린 우수의 사나이 매력에 여성들의 모성애를 발동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는 주위 여성들의 하나와 결혼했다.  


“부인이 선생에게 무어라 말하는데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들었다.  
“매일 말이 적고 무덤덤하고 우울한 내 얼굴 보는 게 이젠 지겹데요.”  
“선생은 자신이 우울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우울한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우울하다고 해요.”
“살아오시며 기분이 아주 좋은 일은 있으셨나요?”
별로요. 취직이 되었을 때 조금은 기뻤지만요.”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는 의외로 가느다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제 아내 말대로 우울증을 붙잡고 세상에 나온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유전적, 생물학적으로 우울증에 걸릴 취약성을 가지고 태어날 수는 있어도 우울증 자체를 붙잡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삶의 여정에서 어떤  환경적 요인을 헤쳐내지 못해 우울증에 걸린다.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도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인 내인성 우울증(Endogeus depression)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정신과의사는 기분부전증 환자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 그들은 주요 우울증을 동반했을 때야 비로소 정신과의사를 찾는다. 아무리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을 때야 환자가 기분부전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암도 치료할 수 있는데  기분부전증 치료를 포기할 수 없다. 일단 확실한 진단이 서면 소량의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요법, 대인관계 갈등 해결요법 등을 곁들여 장기간 치료하면 많이 좋아진다.


평생에 한 번도 우울증에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깊은 우울의 수렁에서 벗어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우울증 전의  세상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치료로 자신감, 자존감을 회복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신과 가족들에게 보다 낳은 삶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천양곡/정신신경과 전문의/일리노이 주립정신병원 Chief Psychiatrist, 시카고大 의대 정신과 임상강사 역임/서울대 의대 졸

출처 : 케이아메리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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