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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7월23일 19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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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킨스병 환자입니다

나는 파킨스병 환자입니다


한달동안 종합검진을 한 전문의는 결과를 알려주려고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의사의 입술을 쳐다봤습니다. 의사는 최종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장처럼 보였습니다. 흉악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염라대왕의 모습이 아닙니다. 멀쩡한 민주인사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선고를 내리는 군사독재시절의 대법원장 표정 같다고나 할까?


“목사님은 파킨스병에 걸렸습니다”

순간 나는 웃음이 나올 뻔 했습니다. 의사는 의아해했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파킨스병인걸 알자 우셨는데 이목사님은 대견해하는 표정이군요”


“파킨스병 판정을 받는 순간 내가 대통령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아하, 레이건대통령을 말씀하는군요”


1994년 11월 어느날 미국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이 TV에 나타났습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나는 이제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나는 파킨스병을 앓고 있습니다”

늙은 대통령의 떨리는 목소리에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대통령을 지낸분이 저런 몹쓸 병에 걸리다니? 나는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내가 그 병에 걸린 것입니다. 놀랍게도 나는 평안했습니다.

미국 대통령도 걸리는데 나 같은 사람이야 어떤가? 교황 요한바오로2세도, 무하마드 알리도 파킨스환자입니다. 조용기목사도 파킨스를 앓고 있답니다. 내가 갑자기 유명인사의 반열에 오른 기분이 들어서 그럴까요? 그건 아닙니다. 일찌감치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초 여동생식구들이 미국여행을 왔습니다. 그때 여동생이 그랬습니다.

“오빠, 걷는 모습이 좀 이상해요”


1년 동안 김재규소설을 쓰느라 나는 몹시 피곤했습니다. 나중에는 오른손가락 힘이 약해져 타자치기가 힘들었습니다. 의사는 MRI 촬영에다 신경검사 뇌파검사를 했습니다. 아하! 파킨스병으로 몰아가는구나. 35년 전 생각이 났습니다. 부흥회장소에 비들기가 날고, 불이 떨어지고, 향기가 진동하는 원색적인 성령운동을 하고 다닐 때입니다. 한번은 기도하는데 네온싸인처럼 “73“이란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내가 죽을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 그러지 마세요. 세상에 자기 죽을 나이 맞춘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함석헌의 스승 유영모가 자기 죽을 나이를 예언 했지만 그날 안 죽더라구요”


금년이 내 나이 73이 되는 해가됩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습니다. 죽음이던 병이던 받아드려야지요. 그래서 선뜻 파킨스병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인정하고 받아드리면 형제처럼 친해집니다. 내 몸의 지체가 돼버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기 달래듯 치료하면서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손발이 떨리면서 몸이 굳어져 가다가 서서히 죽어가는 파킨스 병. 뇌속에 있는 도파민이란 물질이 부족하여 생깁니다. 루게릭 알츠하이머 파킨스 비슷합니다. 그중 약이 개발 된건 그래도 파킨스뿐입니다. 완치는 안 되지만 약이 좋아 진행을 늦춰줍니다. 초기에 발견하여 단백질을 섭취하고 약을 복용하면서 유산소운동을 잘해주면 정상인 비슷하게 살 수 있답니다. 나는 초기에 발견하여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도 나는 파킨스를 앓다가 죽을 것입니다.


파킨스치료를 시작하면서 나는 내 인생을 정리해봤습니다. 지나온 70평생이 드라마로 펼쳐보입니다. 멋집니다. 잘살아서가 아닙니다. 이보다 못 살아도 나는 멋지게 생각할것입니다. 백만대군의 목숨보다 귀한게 내 인생이니까요. 나는 10편의 단편과 한권의 장편소설을 썼습니다. 몇권의 책을 내고 1000편의 공트형 칼럼을 발표했습니다. 그중가장 잘된 작품을 들라면 단연 “내가 살아온 70년”입니다. 독자도 없이 나 혼자 몰래 읽는 비밀이야기들이죠. 소설이나 꽁트보다도 재미있어요.


죽음을 앞두고 남은 여생을 생각해 봅니다. 아무것도 할게 없어요. 난 은퇴한 65살 때 책을 버렸습니다. 대신 세상을 관조하면서 많이 걸어다녔습니다. 그런데 걸어 다니다가 서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길가에 자라는 풀 한포기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밤하늘의 별들보다도 신비스러운게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파킨스병이 생기고 난 후터 뛰어다닌답니다. 가만히 있으면 사지가 굳어지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30분동안 스트래칭을 합니다. 굳은 몸이 문어처럼 부드러워집니다. 심호흡을 열번씩 합니다. 파킨스병으로 작아진 목소리가 살아납니다. 오늘 미국교회에서 찬송을 부르는데 나의 하이테너에 주위가 놀랐습니다.

파킨스병이 생기면 걸을 때 팔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억지로 움직여주는 운동을 합니다. 지금은 노젓는 뱃사공처럼 팔 움직임이 자유자재로 빠른 걸음입니다. 다리가 오백근처럼 무겁습니다. 힘을 주어 걸으니 축지법처럼 대지가 풀려갑니다. 신기하여 뛰어봤더니 앞에서 달리는 흑인청년을 따라잡았습니다. 뛰고 나니 몸이 날라갈것처럼 가볍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파킨스인걸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파킨스병 환자입니다.


파킨스와 싸우면서 놀랍게도 내 몸을 길들이는 요령을 배웠습니다. 행복의 요령이기도 합니다. 손 악력운동을 했더니 타자를 다시 치게 됐습니다. 그래서 돌섬통신을 재개했습니다. 오랜만에 받은 돌섬통신을 읽고 멀리 일본에서 보내온 고베여인의 편지. 파킨스와 싸우는 중에 받은 편지라서 각별하게 생각됩니다. 사진은 홀로 돌섬을 걷는 나의 뒷모습입니다.


 

“길을 가다 비를 맞고돌아오다 눈을 맞으며 
지내는 세월 안에
부족함으로 가득하여 그 옷을 벗고자

일렁대며 살아온 시간들
감히 선생님의 그리움 속에서 
머물러 있다니 송구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모습이 비추이는 
우물안을 바라보니 맑은 기운 하나 

맴을 돌며 두레박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지니 이젠 웃음 띤 얼굴로 
돌섬 바닷가를 거닐어도 
좋을 듯 합니다. 생이 머물러 있는 한 

언젠가는 돌섬의 바람을 , 
물결의 속삭임을 만나 볼수 있기를 
기도 드려 봅니다. 

소중하신 마음과 글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 고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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