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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7월17일 01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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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 자연으로 돌아가시오

“제가 곧 목회를 은퇴하게 됩니다. 은퇴하면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입니다. 세계일주 여행을 다니기에는 돈이 없어요. 대형교회를 목회했다면 태상왕이 되어 섭정을 즐길 텐데 목회사이즈가 작아요. 형님처럼 문인이라면 글을 쓰면서 풍월을 즐기겠는데 글도 못씁니다. 돌섬에서 은퇴를 즐기시는 형님에게 한수 배우고 싶습니다.”

뉴욕 후러싱에 사는 고향후배의 전화였다.


“여행은 사랑과 건강이 차고 넘치는 젊은 날에 하는 걸세. 은퇴하여 늙은 몸으로 여행 다니다가 병 얻기 십상이지. 난 은퇴 후에는 별로 글을 쓰지 않는다네. 작가는 더 나은 작품을 써야하는데 현역시절에 문학역량을 대부분 소진시켰기에 쓸게 없다네. 대신 글을 안 써본 사람들은 은퇴하면 처음 연애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글이 써져서 등단하곤 하지. 난 은퇴후 자연으로 돌아가서 산다네. 은퇴란 사람에게서 떠나서 잔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거야. 현역시절은 목회도 사업도 직장도 공부도 따지고 보면 사람상대로 싸우고 속이는 거 였으니까”


나는 후배에게 은퇴의 일상을 소개해줬다. 일기장처럼 공개하는 나의 하루살이이야기. 돌섬시영아파트에 동창이 밝아오면 눈이 떠진다. 옆자리에 누워자던 아내가 안 보인다.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아내를 찾아 나선다. 아파트를 나서면 맑고 상쾌한 아침공기와 마주친다. 왼쪽으로 1분거리에 Bay(灣), 오른쪽으로 8분거리에 Ocean(바다)이 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오존바람이라 약수를 마신듯 상쾌하다. Bay쪽으로 눈을 돌리니 아내가 보인다. 밭에서 오이를 따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15개를 땄어요. 어제 땄는데도 자고 일어나보면 어느새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요. 아침 오이는 인삼보다 좋대요. 자, 우리 나눠 먹자구요”


두뼘만큼 자란 애오이를 옷자락으로 슬쩍 문질러내더니 반으로 뚝 잘라 준다. 70넘은 우리부부는 엿가락을 깨물어 먹는 어린애들처럼 즐겁다.


내가 사는 시영아파트는 4개 건물에 500세대가 거주한다. 아파트 옆으로 12평짜리 농장 50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4년전 오던 해에 한 필지를 얻었다. 야금야금 늘려 지금은 2개의 농장을 소유한 부자(?)가 됐다. 제1농장은 30평짜리 에덴농장. 제2농장은 에덴의 동쪽에 있는 12평짜리 아리랑농장.


에덴농장에는 수박 참외 허니두 오이 고추 도마도가 욱일승천의 기세로 자라고 있다. 아리랑농장에는 호박 열무 상추 쑥갓 부추 미나리 들깨 양파 부추가 사이좋게 커가고 있다. 도라지 더덕도 있어 꽃향기가 아름답다. 손바닥만한 조각농장을 종합농장으로 만든것이다. 사진은 아리랑농장이다.


해마다 대풍이라 먹고 남는 잉여농산물(剩餘農産物)은 아파트흑인들과 나눈다. 뉴욕에는 가든이라 부르는 여가선용 공동농장들이 많다. 지난해에는 뉴욕가든경연대회에서 수박으로 은메달을 땄다. 며칠전에는 미국잡지사에서 찾아와 아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작가가 80신을 찍어갔는데 8월호 인터뷰기사에 골라서 낸다나? 근처에 있는 Edge Myere 농장 관리인이 견학(?)왔다가 혀를 찬다.


“어메이징! 이렇게 훌륭한 농사기술을 어떻게 터득하셨습니까?”


“나는 흙의 아들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농사꾼 이었으니까요”

내가 농사꾼의 아들인건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도마도가 익기전에 썩었다. 도마도 나무는 시들시들 죽었다. 옆 농장의 박씨는 10년째 애써 보다가 끝내 도마도 농사를 포기하고 말았다. 관찰과 사색으로 발견한 해결책.


1.너무 총총히 심으면 통풍이 안 돼 도마도 열매가 썩는다.

2.도마도 수박 참외는 물을 좋아하지만 뿌리가 물에 잠겨있으면 시들어져 죽는다. 골을 깊이 파서 비가와도 물이 빠져나가도록 해줘야 한다.

3.호박 오이는 나무타기를 좋아한다. 흥부의 복바가지처럼 지붕을 만들어줘야 한다.

4.참외 수박은 어린애처럼 기어 다니기를 좋아한다.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5.유기농비료만 주면 영양실조로 발육부진. 맛도 영양가도 없는 애늙은이 수박이 돼버린다. 심을때는 흙비료를 뿌리고 자랄때는 화학비료 텐텐(10-10)을 준다. 열매를 맺거나 수확을 앞두고는 깻묵을 썪였다가 준다. 그러면 연하고 달고 섬유질이 풍부한 극상품과일이나 채소가 된다.


우리부부에게 농장은 농사이상이다. 설치미술이요 환희의 공간이다. 잘 익은 도마도는 먹을 때보다 딸 때가 더 즐겁다. 아침이슬에 젖은 아기풀을 뽑아 줄때는 예술가의 손이 된다.


“여보 두 시간이 지났어요. 그만 들어가서 아침 먹어요”


밭에서 따온 오이 호박 고추 상추 미나리 쑥갓 깻잎으로 아침식탁이 풍성하다. 깻묵을 먹고 자라서 오이도 야채도 고소하고 달콤하다.


뜨거운 오후가 되면 우리부부는 바다로 나간다. 돌섬은 1가에서 230가까지 백사장으로 뻗어있다. 백사장을 따라 30리 보드워크가 깔려있다. 세계 최장인데 난 주로 20가에서 60가 사이를 걷는다. 개발이 안된 자연 그대로의 숲이기 때문이다. 보드워크를 걷고 있으면 고향길을 걷는 기분에 잠긴다. 숲속에서는 고향에서 들었던 산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짹짹째 찌르르 종종종종 피리리 필리리” “잼잼잼잼 꼬르깍 꼬르깍 쟁쟁쟁쟁” “촉촉촉촉 까르르 까꾹까꾹”


꿩꿩! 소리치며 숲으로 날라드는 장끼와 카투리를 볼 때도 있다.


돌아 올 때는 보드워크 대신 백사장으로 내려간다. 맨발로 백사장을 걷다보면 해수욕을 즐기는 미녀들을 만난다. 아슬아슬하게 가린 비키니 미녀들을 보면 벗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반바지를 입고 있어 벗을 것도 없다. 우리부부는 바다로 뛰어든다. 여름바다는 물속이 최고다. 파도에 휩쓸려 곤두박질을 몇번 하고나면 전신 맛사지를 한 기분. 고향시절의 개구쟁이처럼 물장구를 치다보면 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형님의 돌섬하루는 선녀와 어울리는 신선놀음이군요. 은퇴후에 도시에 남으려는 생각을 아예 바꿔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속으로 갈수 있나요?“


“은퇴후 노인 아파트를 신청할 때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신청하면 돼요. 그런 곳은 대개 자연으로 둘러쌓인 곳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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