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제일교회 고훈 목사는 20일(일) 오전 신도들에게 말했다. 인근 단원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300여 명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4일 후다.
학생들을 내버려 둔 채 배를 탈출해 검찰에게 체포된 승무원들에 대해 고 목사가 분노를 표출하자 일부 신도들이 흐느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예배 당시 실종 상태인 253명 중 10명이 제일교회 신도들이었다.
고 목사는 “바다야 차디찬 진도 바다야/ 그렇게 좋은 날/ 아무 죄 없는 순결한 우리 아들 딸들에게/ 어찌하여 숨 막히도록 물을 먹였느냐”는 내용의 시를 읊었다.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플루트로 이루어진 사중주단의 연주와 함께 130명 규모의 성가대가 부르는 찬송가가 그의 설교 앞뒤를 장식했다.
16일(수)부터 진도체육관에 머물며 실종된 자녀들에 대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늘푸른교회 신도들이 부활절 달걀 1,200개를 나눠줬다. 신도들은 달걀을 나눠주기 전,‘부활절을 축하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이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부활절 달걀을 장식할 때 쓰는 메시지이다.
자녀가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있어, 죽음과 부활의 메시지가 절망과 슬픔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박시구 목사는 밝혔다.
박 목사는 인터뷰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 메시지가 위안이 되겠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실종자들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린 아직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기독교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5000만 인구의 약 1/4이 개신교 신자이며, 가톨릭 신자도 5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몇몇 대형 교회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신도 수만 명이 예배에 참석한다. 해가 진 후 빨간 네온등으로 밝힌 십자가가 도시 곳곳에 솟아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방한으로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부활절 예배는 전통적으로 축하를 나누는 시간이지만, 근로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수도권 도시 안산과 침몰사고가 일어난 진도에서는 애도의 시간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