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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05월30일 09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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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부산에서 열릴 WCC 총회, 한국 교회에 축복 또는 재앙될까?
#1. 이달 11일 오후 부산역 광장입니다. ‘2013 WCC 부산 총회 반대 전국 대회’라는 플래카드를 중앙에 내건 무대가 세워졌습니다. 객석 주변에는 ‘NO WCC’가 적힌 수십 개의 깃발이 펄럭였고요. 비가 흩뿌렸지만, 무대 앞에 놓인 1000여개의 의자가 금새 꽉찼습니다. “WCC 반대! 반드시 반대!”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도대체 WCC가 뭐지?”



지난 11일 부산역 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관으로 '2013 WCC 부산 총회 반대 전국 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역 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관으로 '2013 WCC 부산 총회 반대 전국 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기총 제공
#2. 올해 1월 13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한국대회 준비위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한국 교회의 범보수와 범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4명의 목사님들은 손을 맞잡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WCC 부산 대회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2014년 WEA 총회 역시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겠습니다.”

세 계교회협의회(WCC)는 세계 110개국 349개 기독교 교단이 가입한 협의 기관으로 개신교회·정교회·성공회 등 세계 기독교인 5억6000만명을 대표합니다. 7년마다 회원 교단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교 방향과 전략 등 중요 의제들을 협의하는 자리인 WCC총회는 ‘개신교계의 유엔 총회’로 불립니다.
 

지난 11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2013 WCC 부산 총회 반대 전국 대회’에서 행사를 주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2013 WCC 부산 총회 반대 전국 대회'에서 행사를 주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기총 제공
이런 큰 잔치, 구체적으로는 제10회 WCC총회가 올 10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니 모두 박수치고 기뻐해야 할 텐데.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복잡합니다. 바람잘 날 없는 한국 교회, WCC 부산 총회를 앞두고 또 들썩이고 있습니다. 올 1월 서울과 5월 부산 사이, 5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4개월 전엔 범보수·진보 진영이 한마음으로 WCC 성공 개최 다짐했는데

한 국 교회는 지금 수백개의 교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 시작점에 WCC를 둘러싼 신학적 논란이 있었습니다. 원래 하나의 교단이었던 예수교 장로회(예장)는 1959년 WCC 가입을 둘러싼 견해차로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 교단으로 분열됐습니다. ‘합동’과 ‘통합’은 현재도 개신교 양대 교단입니다. 한 번 갈라지기 시작하자, 그 뒤로는 신학적 입장 차이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새로운 교단들이 자꾸 생겨났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용공(容共) 문제였습니다. 냉전 시기에도 WCC는 공산국가 교회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연히 공산주의의 세계 적화 전략에 이용당하거나, 혹은 공산주의자 집단이라는 비판이 따랐습니다. 그런 오해를 살 만한 활동과 인물들이 일부 있기도 했습니다. 반대자들은 지금도 WCC와 교회일치(에큐메니컬) 운동을 용공·종교통합·반복음주의·인본주의라고 비판합니다.

그래서 올 1월 13일 명성교회에서 4명의 목사님들이 손잡은 것은 ‘역사적 만남’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김삼환 목사는 예장 통합의 대표적 지도자이고, 김영주 목사(감리교단)는 에큐메니컬 진영 연합기구인 NCCK의 실무 대표입니다. 길자연, 홍재철 목사는 예장 합동 소속으로 전·현 한기총 대표회장입니다. WCC 문제로 갈라섰던 예장 통합과 합동 교단을 포함한 한국 교회의 지도자 목사들이 만나 WCC총회의 성공 개최에 협력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고 감동적이었습니다.

■ 선언문 조항이 갈등 ‘불씨’ 돼 다시 容共·종교다원주의·동성애 등에서 첨예한 대립과 반목

그런데 공동선언문에 성급하게 담긴 조항들로 말미암아 논란이 다시 증폭됐습니다. 

특 히 종교 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반대,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 성경 무오성 인정 등 4개항이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이를 두고 김근상 교회협 회장(성공회 주교)은 “공동선언문은 김영주 총무 개인 의견일 뿐 교회협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예장 통합, 정교회 등 NCCK 소속 교단과 신학대 교수 그룹의 반대 성명이 잇따랐습니다. WCC총회 준비가 김삼환 목사가 주도하는 총회 준비위원회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대한 NCCK 진영의 반발도 컸습니다.

NCCK 중심의 에큐메니컬 진영 만큼이나 보수 교단들도 반발했습니다. “(WCC 반대 문제로 교단 분열까지 감수했던) 예장 합동 교단을 주축으로 하는 한기총이 WCC 총회 개최를 용인하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네 분 목사님들의 서명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선언문이 또다른 폭탄이 된 것이죠.

김삼환 목사의 WCC총회 준비위는 1월 30일 총회 개최 예정지인 부산 벡스코에서 ‘총회 준비를 위한 전진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 NCCK 대표회장 김근상 성공회 주교와 총무 김영주 목사는 불참했습니다. 벡스코 바깥에서는 부산 지역 일부 개신교인들이 피켓을 들고 WCC 개최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2월 5일 한기총은 “WCC 총회 취소하라”는 성명을 냈고 이어 3월엔 반대 단체가 WCC총회에 대한 정부 지원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습니다. 이달 16일엔 예장 합동 등 50여개 교단이 모여 ‘WCC 반대 연합회’를 구성했습니다.

입장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WCC 영성과 한국교회’ 포럼을 여는 등 신학자들의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3자 입장에서 보기엔 찬반 진영 사이에 최소한의 합의 또는 신사협정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습니다.(WCC가 프리메이슨 하부 조직이라는 등의 ‘인터넷 괴담’들은 논외로 합니다.)

용공(容共)문제에 관해, 반대 측에선 “WCC는 소련의 세계혁명전략에 부응해 민족해방운동이나 공산주의 게릴라 단체에 거액을 제공하며 도와온 용공 단체”(WCC 반대단체 ‘국민의 소리’)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WCC는 “복음은 모든 이념이나 체제에 우선한다. 공산권 교회에 문을 열고 꾸준히 WCC에 참여시켰던 덕에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 때까지도 교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6·25 남침 전쟁이 터졌을 때 제일 먼저 유엔의 개입을 요청했던 것도 WCC”라고 반박합니다.
 

지난 1월 13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WCC 부산 총회 개최 협력을 위해 만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길자연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한국대회 준비위원장,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왼쪽부터)이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WCC 부산 총회 개최 협력을 위해 만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길자연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한국대회 준비위원장,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왼쪽부터)이 손을 맞잡고 있다. /조선일보 DB
■ WCC 총회 갈등, 잘 해결하면 한국 교회에 기회와 축복될 수도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이름없이 빛도 없이 자신과 가족의 목숨까지 내어준 수많은 훌륭한 선교사들이 있었습니다. 한센병 환자의 환부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내고 아들을 죽인 공산주의자 청년을 양자로 삼았던 손양원 목사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처형당한 주기철 목사부터 근래에는 한경직 목사까지 성자(聖者)같은 목회자들도 많았습니다. 안창호, 조만식, 이상재, 김마리아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도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지금도 종교단체가 세운 사회복지법인 507곳 가운데 절반(251곳), 초중고 555곳의 절반(238곳)이 개신교 법인입니다.(문화체육관광부 ‘2011 한국의 종교 현황’)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 자원봉사자 연인원 122만여명 중 개신교인이 70만명(57%)이었고, 장기기증 등록자 중에도 개신교 신자가 80%나 됩니다.(기윤실 ‘2009 한국교회의 사회적 섬김 보고서’)

하지만 요즘 한국 교회는 ‘동네북’ 또는 술자리에서 돌려 씹히는 ‘안주거리’ 신세입니다. 권력 다툼, 논문 표절, 무리한 건축, 횡령, 성추문. 나쁜 소식만 널리 퍼지고 훌륭한 목회자나 모범적인 신앙 공동체 얘기는 쉽게 묻히는 탓입니다. 한국 교회가 몇몇 목회자와 교회의 일탈로 비난받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모습이 한국 교회의 전부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WCC총회 찬반(贊反) 진영은 평행선 철로 위의 기차처럼 나란히 달려가는 양상입니다. 만약 한국 교회가 세계 기독교인의 잔치를 싸움터로 만든다면, 찬반 진영 모두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두고두고 신앙의 후배들로부터 원망을 듣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 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어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WCC총회를 앞두고 진행 중인 이번 논란은 소송과 시위·정치적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는 교회밖 세상과 다른 한국 교회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단합하는 절호의 기회이자 축복이 될 것입니다.


이태훈@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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