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들풀처럼 살았다
황화진
나의 청년 시절
나는 육체의 질고로 인한 처참한 연단을 받았다.
가족 없이 고아처럼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비참한 일인지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길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선한 사마리아인은 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공덕동 언덕배기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어떻게 병원까지 갔는지 기억은 없다.
링거 투여 후 흐느적대던 몸에 중심이 잡혔다.
너무 신기했다.
어떤 땐 피를 토하기도 했다.
나한테서 솟구쳐 나오는 피 비린 내
처음엔 두렵고 떨렸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별 거 아니다.
까짓 거.
누가 이기나 해보자.
버텨내 보자.
우유 한 모금도 넘기지를 못하고 토하기도 했다.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갈대아 우르를 떠났듯이
나 역시도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이 상경한 타향살이는
너무나 고단하고 힘에 겨웠다.
살아야 했고
공부해야 했다.
그렇지만 역시 그 때도 까마귀는 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들풀처럼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떻게 견뎠는지
하나님의 은혜였다.
나는 눈물이 없다.
그 때 난 울면 실패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정신이다.
청년 시절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지금은 아픈 데가 없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피곤할 때 입 안에 흰 반점 생기는 거 말고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내세울 만한 건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 불편한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니 감사할 뿐이다.
근데 아직도 잎만 무성하다.
하나님과 여러 사람 앞에 죄송한 맘 가득이다.
황화진 목사(강은교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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