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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9월21일 14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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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동화]똥물에 튀겨질 뻔한 우리 아빠

 오늘은 어린이 날!.
 푸짐한 선물을 기대하며 우리는 할아버지댁에 갔습니다. 목사님이신 우리 아빠는 새벽 설교가 있으셔서 나중에 따로 오시기로 하고, 엄마하고 나하고 동생하고만 먼저 청주로 내려왔습니다. 며칠 후에 있을 ‘어버이날 기념 축하공연’을 벌이기로 하였거든요. 제1부 공연에서 우리 아빠는 엄마와 함께 노래와 춤으로, 나와 동생은 각기 다른 악기 연주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의 팡파레를 울려드리기로 하였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아빠가 다른 목사님을 대신하여 새벽부터 나가시는 바람에......

“애들아 애비 기다릴 것 없이 니네들 먼저 한번 해 봐라. 이 할애비가 우리 손자들 악기 연주 솜씨 좀 듣고 싶구나.”
 “그러렴! 동산아, 밥 먹은 것 소화도 시킬 겸 먼저 들려드려. 동안 연습 많이 했잖아” 엄마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맞장구를 치시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십니다.

 나는 좀 쑥스러웠지만 아빠가 빨리 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빠 생각’을 연주하기로 동생과 합의를 보았습니다.
 동생 남산이는 클라리넷을 힘차게 불고, 나는 바이얼린을 은은히 연주했습니다. 언젠가 아빠가 들려 주신 ‘아빠 어릴 때의  모습’이 감겨진 내 눈 속으로 슬로루 비디오처럼 펼쳐졌습니다.

 “박태산! 숙제 안 적고 뭐하나? 뒷사람 쳐다보지 말고 얼른얼른 베껴.”
 아빠가 좋아하는 예쁜 여선생님은 머리를 180도 돌리시고 아빠를 째려보셨어요. 아빠는 엉거주춤 고개를 숙이고 칠판 위에 글씨를 대강대강 그리기 시작했어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다 적는 알림장을 단 한 줄도 적어가지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할아버지는 아빠를 늘 안아주시고 쓰다듬어주셨어요. 할머니는 이런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에 늘 가슴을 쳐 대서 가슴이 움푹 패이셨어요.

 어느 화창한 봄날, 아빠는 학교에 간 지 채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박태산! 이리 나와. 왜 자꾸 뒷사람 쳐다보고 말 시키는 거야. 앙? 몇 번 주의 줘야 말 들을 거니?  손바닥 이리 내. 똥물에 튀길 놈 같으니라고...”

 아빠는 너무너무 억울하고 충격적이었어요. 모르는 글자 물어본 것 뿐인데. 게다가 아빠가 몰래 사모해 온 예쁜 여선생님이 냄새나는 욕을 하고 때리기까지 하다니...... 아빠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눈물이 줄줄줄 흘러서 그만 교실을 뛰쳐나갔습니다. 무조건 집을 향해 달음질쳤습니다.

“왜 그러니 태산아? 무슨 일이니?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거니?”
‘아주아주 이쁜 여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아한 나의 선생님이, 집에서도 맞아본 적 없는 나를 큰 매로 때리고, 똥물에 튀김을 만든다고 하셨어요’

울먹이던 아빠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불숙 튀어나온 말은 “나 학교가기 싫어.”라는 퉁명한 한마디였어요.

  할아버지는 독수리 날개처럼 두 팔을 벌려 아빠를 감싸 안고, 안경알을 닦듯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는 자전거 짐칸에 아빠를 태우고 학교로 달리셨어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학교 앞에서 아빠가 주춤하자 할아버지는 이윽고 말문을 여셨어요.

 “태산아!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는 가야한단다. 네가 빵점을 받아도 이 애비는 화내지 않았다. 네가 심하게 장난쳐도 애비는 성내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학교를 안가겠다고 하면 아빠도 노여워할 것이다. 알겠니?”
할아버지는 훈풍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로 아빠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뚜벅뚜벅 교무실로 향하셨어요.

“선생님, 이렇게 찾아뵙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태산이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우리 애가 좀 늦되는가 봅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애써 보듬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우리는 적어도 자녀를 노엽게 해선 안 되잖습니까 허허허...”

 아빠는 그 이쁜 선생님이 할아버지 말씀을 고분고분 따르는 게 참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선생님보다 목사님이 높아 보였던 최초의 순간이었어요. 그 때 아빠는 할아버지 같은 목사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빵점을 받아가도 더 크게 안아주신 할아버지 품같이 넉넉한 사람이 ......

 “짝짝짝짝!!!! 우리 동산이, 남산이 아주 아주 훌륭하구나.”
 화들짝 눈을 뜬 내 눈 속에 아빠가 환하게 들어오네요. 어느 틈에 오셔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와 함께 박수를 치고 계십니다. 어릴 때는 똥물에 튀겨질 뻔한 우리 아빠라지만 지금은 아무리 봐도 점잖고 멋있기만 합니다. 나는 동생과 얼른 목례를 마치고, 아빠에게로 다가가 아빠 손을 잡았습니다. 아빠도 내 손을 악수하듯 꽉 잡으시더니 우리를 양팔로 감싸 안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아버님, 이 애들은 저보다 훨씬 낫죠? 악기 연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저는 받아쓰기마다 빵점이 수두룩했는데 동산이는 30점부터 시작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지금도 차츰차츰 나아지고 있고......”

 엄마는 아빠에게 눈을 흘기시며 웃음을 짓습니다. 상장을 휩쓸며 학교를 다녔던 엄마의 입장에서는 알림장 하나 제대로 못 써오는 아빠와 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나요.

 “허허허! 그 아들의 그 손잘세. 애미야 걱정할 것 없다. 대기만성 아니냐? 큰 그릇은 본디 늦되는 법이란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꾸준하게 하려므나. 애비가 빵점에서 10점을 받아왔을 때, 이 할애비는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단다. 세상이 아무리 급하게 흘러가도 찬찬히 하다보면 뜻을 이룰 수가 있는 법 아니겠니? 지금의 애비를 봐라. 어디 빵점 받던 사람 티 나디?”

 ‘하 하 호 호 허 허 후 후...... ’

 우리 가족은 5월의 찬란한 햇살사이로 활짝 핀 사랑의 웃음을 민들레 꽃씨처럼 세상 가득 흩뿌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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