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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8월14일 14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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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동화]대빵나무와 은충이

 “흰 눈 사이로 설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

 은충이는 엄마 손을 잡고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 퍼지는 백화점 앞을 지나갑니다. 저 건너 언덕,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는 ‘은총 교회’를 가는 중입니다. 이곳 아파트 단지로 이사와 처음 따라나선 저녁 나들이라 발걸음이 제법 가볍습니다.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핸드폰을 사주시기로 약속했거든요. 휘황 찬란한 꼬마전구를 주렁주렁 매달은 ‘황금 나무’의 불빛들도 덩달아 깜빡깜빡합니다. 꼭 ‘황금 눈송이’같습니다.

 교회 마당 한가운데는 어느새 승용차들이 빼곡이 들어찼습니다. 그 언저리에는 백화점에서 본 황금눈송이가 불빛을 뿜었다 삼켰다하며 깜빡깜빡 빛나고 있습니다. 번쩍이는 대리석 계단을 지나 들어 온 대예배실은 막내 이모 결혼 할 때 가 본 호텔 웨딩홀처럼 으리으리합니다.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엄마는 교회 선택을 아주 잘하셨다고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예전에도 늘 말씀하셨거든요.

 “우리 이사가면 권 집사님이 다니시는 큰 교회로 옮겨야겠어. 작은 교회를 다니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우리가 이곳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은 다분히 교회 때문 같습니다. 은총교회는 하느님의 은혜가 가득해서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고 하셨습니다. 내 이름이 ‘은충이’인 것도 하느님의 은혜가 충만하길 바라는 뜻에서 권 집사님이 지어주신 거래요. 학교 친구들은 ‘멍충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요.

 어, 목사님이신가 봅니다. 훌러덩 벗어진 이마에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고 계십니다. 번쩍이는 목걸이를 단단히 차고 나타난 모습이 꼭 배트맨 같습니다. 빨간 십자가 알이 달린 금목걸이 같습니다.

 “엄마 엄마, 저 사람이 목사님이야, 그런데 왜 옷차림이 저래, 양복도 안 입구?”

 엄마는 내가 목사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 듯이 내 손끝을 얼른 잡아채 내리셨습니다. 먼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늘 양복에 넥타이를 단정히 매셨거든요.

“무슨 목사님이 저래? 꼭 괴물.”

엄마는 날카로운 두 손톱으로 얼른 내 말문을 막으시며 눈알을 부라렸습니다. 내가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해댈까봐 겁이 나셨나 봅니다. 나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엄마처럼 예수님이 살아있다고는 결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하나님이 어딨다는 거야? 엄마, 죽은 예수님이 어떻게 살아서 교회로 오셔?  엄마, 예수님이 왜 내 눈에는 안보이고 엄마 눈에만 보여. 내가 엄마보다 눈이 좋은데? ......’

 엄마가 교회 가자고 할 때마다, 나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합니다. 엄마는 나때문에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하십니다. 어릴 때는 무조건 엄마 말씀을 따랐는데 지금은 좀 내 고집이 세졌습니다. 이런 나를 두고 엄마는 툭하면 기도하십니다.

 “주여, 불쌍한 어린 아들을 구원해 주소서! 아무 것도 모르는 당신의 철부지를 어여삐 여기시고 거두어 주소서. 믿음의 눈이 밝도록 명철을 더하여 주시옵고......”
 
 내가 필요한 것은 하나도 해주지 않으면서 뭘 그리 달라는 건 많은지 ‘주소서 주소서 주시옵소소!’ 나는 이럴 때의 엄마가 진짜진짜 이상합니다.
                    
 오늘도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을까 하다가 엄마가 그렇게 칭찬하신 새 교회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혼자 지내자니 심심도 할 것 같아서 엄마를 따라 온 것입니다. 어쩜 엄마가 오늘 핸드폰을 사줄지도 모르고요.

 아무리 큰 교회라도 여전히 재미없긴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볼 때만 좀 으리으리하지 목사님도 좀 이상하고 사람들도 더 차가워 보였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모두 점잖게 앉아서 찬송과 기도만 열심히 합니다. 차라리 이사오기 전의 작은 교회가 더 다정한 것 같습니다. 나는 벌써 지루해져옵니다.

 “아 ~함! 엄마, 언제 끝나?"
 " ...... "

 엄마는 대답도 않고 열심히 기도만 하십니다. 앞뒤를 두리번거린 나는 주머니 속에 넣고 온 비상용 장난감 차를 꺼냈습니다. 성경책 사이사이의 빈자리를 헤집고 다니면서 나는 부룽부룽 바퀴를 굴렸습니다.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커짐에 따라 나의 부룽부룽 소리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엄마는 샛눈을 뜨고 후딱 내 장난감을 치우시더니 내 허벅지를 꽉 꼬집었습니다. "아얏!" 나도 모르게 크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내 앞에 있는 아저씨․아줌마, 내 옆에 있는 누나․할머니도 이맛살을 찌푸리시며 나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십니다.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죄송하단 목례의 표시를 하시고는 어쩔줄 모르는 채 나를 원수처럼 째려보십니다. 나는 끔찍한 이 순간을 피하기 위해 엄마의 얼굴을 외면하고 창밖만 멍하니 내다보았습니다.

 아까 본 황금 눈송이의 불빛들이 켜졌다꺼졌다 켜졌다꺼졌다를 반복합니다. 나도 그 불빛을 따라 두 눈을 떴다감았다 떴다감았다 해 봅니다. 이 놀이도 재미없어졌습니다. 어느새 타악기 소리가 귀를 찌르며 울려 퍼집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드럼과 북소리가 쿵쾅쿵쾅 온 건물을 가득히 채웁니다.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두 손바닥을 쫘악 펼치며 무대에 있는 누나. 형들을 따라 율동을 시작합니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태엽을 틀어 놓은 자동인형 같습니다.   나는 너무 크게 울려 퍼진 악기소리와 찬송소리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목사님이 단상으로 다시 나오시더니 말씀을 전합니다.

 "겨자씨 만한 믿음은 산을 옮기는 기적을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죽은 생명을 살리기도 합니다. 생명은 모습이 없어도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믿음의 눈으로 영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우리 교회의 표어를 생각하며 5 분간 통성으로 기도합시다."

 엄마는 성경책을 덮으시며 지긋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려고 하십니다.    나는 엄마의 손을 톡톡 쳤습니다. 엄마는 가볍게 이맛살을 찌푸리십니다.

 "엄마, 표어가 뭐야?"
 "저기 보이잖아."

 퉁명스레 한 마디 하시면서 턱으로 목사님 뒤편의 번쩍이는 글씨를 가리키십니다.

 '은 혜 와 사 랑 이 충 만 한 교 회?'

 한 글자 한 글자 더듬으며 읽어보았지만 어디에도 표어라는 말은 없습니다. 

 "표어가 뭐냐구?"

 나는 엄마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작고 친절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는 긴 한숨을 내 쉬며 애원하듯 나를 쳐다보십니다. 나도 한숨을 따라 내쉬고 말뚱말뚱 엄마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얘! 차라리 나가 놀다 이따가 들어와 응?"

 엄마는 모처럼 부드러운 음성으로 내게 자유의 시간을 주셨습니다. 나는 좀 어리둥절하였으나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대예배실 문을 슬쩍 빠져 나왔습니다.

 어느새 흰 눈이 또 내렸나 봅니다. 요즘은 계속 눈이 자주 옵니다. 이사오기 며칠 전에도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우리 동네 형들이랑 큰 눈사람을 멋있게 만들어 뒀는데 그 눈사람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꼬마 눈사람이나 하나 만들까 하다가 그냥 여기저기 발자국을 새기며 예배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습니다.

 ‘혼자 집에 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핸드폰 생각에 그냥 갈 수도 없습니다. 참는 김에 조금만 더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다니던 교회에서도 예배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일반 예배를 보지 말고 차라리 어린이 예배를 보라고 하시지만 막상 엄마를 떨어지기는 좀 싫었습니다. 엄마 옆에 있으면 왠지 푸근하고 안심이 되거든요. 그런데 교회만 오면 나는 엄마를 하느님한테 뺏기는 것 같아 정말 싫습니다.
 ‘엄마는 도대체 왜 하느님더러 아버지라고 하는 건지. 엄마 아버지는 시골에 계신 우리 할아버진데......’

  크고 작은 온갖 나무들이 깜빡깜빡 불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아까 봤을 때는 황금눈송이처럼 으리으리하게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꼭 우리집 고양이가 씹다가 버린 닭뼈다귀 같았습니다. 휘황한 불빛에 속은 것 같아 공연히 황금나무들이 미워졌습니다. 나는 눈속을 파헤쳐 차돌멩이 하나를 집어서 던져봅니다. 커다란 나무의 큰 불빛을 겨냥하여 있는 힘껏 돌팔매를 쏘았습니다. 자꾸자꾸 안 맞고 빗나갑니다. 약이 오른 나는 계속계속 조약돌을 날리며 불빛을 쏘아댔습니다.

 ‘저까짓 불빛에 속아넘어가다니.’ 휘익!
 ‘죽은 예수님이 어떻게 살아 돌아와?’ 휘익!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 전에는 절대로 믿을 수 없어.’ 휘익!

 은충이는 아름드리 나무가 목사님이 말씀한 예수님이라도 되는 듯이 거푸거푸 돌팔매질을 해대며 중얼거렸습니다. 나뭇가지의 불빛들은 여전히 반짝반짝 반들거릴 뿐입니다. 발이 좀 시려옵니다. 약이 더 올랐습니다. 나는 크고 단단한 조약돌 두 개를 한꺼번에 흰눈으로 꽁꽁 뭉쳐서 제일 큰 불빛을 향해 있는 힘껏 내던졌습니다.

“휘익, 휘익, 휘익, 휙, 퍽!“

 드디어 큰 불빛 하나가 꺼졌습니다. 흐유!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였습니다. 이때 "으으으으!"하는 소리가 내 가슴으로 전해 왔습니다. 눈이 휘둥그래진 나는 조심스럽게 커다란 나무를 향하여 다가가 보았습니다.

 “아후! 가슴이야. 하마터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네.”

 아름드리 나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어 갔습니다.

 “안녕? 친구! 난 이곳에서 25년을 살아 온 ‘대빵 나무’라고 해. 일명 ‘스트레스 해결사’라고나 할까? 우리 나무들 가운데선 내가 제일 등치가 크다 보니 다른 나무들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곤 하지. 그런데 네 이름은 뭐니?”

 “전 사랑초등학교 4학년 한은충입니다. 하느님의 한없는 은혜가 충만하라고 엄마 친구, 집사님이 지어주셨대요.”

 대빵 나무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말을 사용해도 돼. 우리 나무들은 마음이 늘 한결같아서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니까.”

 나는 대빵 나무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듬더듬 물었습니다.

“네 가슴 괜 찮 니?”
“으응? 너무 세게 맞는 바람에 좀 아프긴 했지만 이젠 괜찮아. 네 덕분에 답답했던 가슴이 오히려 시원해진 느낌인걸. 어쨌든 만나서 반갑다.”

 나도 얼결에 반갑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넌 왜 예배는 안 드리고 이렇게 밖에서 돌멩이나 던지고 있냐?”
“난 예배가 재미없어. 대빵! 너 교회에 살면서 예수님 본 적 있냐?”
“글쎄,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애 그냥 믿기 나름 아닐까? 지금 너랑 나랑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것도 마음의 눈으로 믿고 보기 때문에 가능한 거잖아?”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우리 얼굴에 눈이 있듯이 우리 가슴에도 마음의 눈이 있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대빵이는 참 듬직한 말만합니다.

 “예전에는 여기가 빈터였어. 이 교회는 몇 년 전에 지어진 거고. 그런데 묘하게도 이 교회가 생기고부터는 우리 나무들의 몸이 부쩍 쇠약해졌어. 우리 나무들은 겨울 한 계절만이라도 찬바람과 흰 눈을 벗삼아 깊은 휴식을 취해야 하거든.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께 못 박듯, 번쩍이는 불빛으로 우리 몸의 여기저기를 친친 휘감아 우리의 동면을 방해하고 있거든. 과학자들은 우리 몸에 큰 이상은 없다고 발표했다지만 우리는 이 눈부신 불빛 때문에 깊은 잠을 통 못자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사람들은 죽은 예수님은 살려낼 줄 알면서도 산 나무는 왜 못살게 구는지 알 수 없다니까.”

  대빵이의 말을 듣던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대빵이야말로 목사님이나 엄마의 말씀보다도 내 가슴을 찡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전설에서 본 대로, 옛날에는 나무나 풀이 사람보다도 더 똑똑했다는 게 진짜 맞는 것 같습니다.

“대빵아, 네 말이 정말 옳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진 나도 불빛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겨울나무들을 그저 아름답게만 봤거든.”

 대빵이 같은 나무가 사람처럼 아파할 줄 아는 생명체라는 걸, 나는 진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빵이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커진 대신 우리 나무들에 대한 믿음은 사라졌나봐. 세월이 흐를수록 나무가 베풀었던 은혜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오히려 투정부릴 때가 더 많거든. 봄이면 꽃샘바람이 분다고 투덜, 여름이면 바람 한 점 안 분다고 짜증, 가을이면 낙엽으로 거리가 지저분해진다고 불평.이래저래 사람들은 불만투성이지.”

 공연히 미안해진 나는 대빵이의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마음에눈을 한줌 집어서 대빵이의 가슴 여기저기를 맛사지해 주었습니다.

 “시원하니?”
 “응!, 고마워.”
 ‘너같은 이웃들만 있으면 우리도 행복할텐데.....’

 대빵이는 나직이 웅얼거리며 말을 계속합니다.

 “오염으로 찌든 공기를 마시며 살아서인지 사람들은 갈수록 독해지나봐. 우리 나무들에게 다정한 눈길 한 번 주는 경우가 드물어. 요즈음은 나무를 향해 돌팔매라도 던지는 장난꾸러기조차 찾기 힘들어. 어쩌다 한두 애들이 장난을 치다가도 금세 싫증내곤 돌아서고 말아. 너처럼 끈질기게 나무의 가슴을 때리며 답답한 불을 꺼주는 애들은 하나도 없었거든.”

어느덧 내 콧등이 시큰해 옵니다.

“대빵아, 미안해. 그런 것도 모르고 조약돌을 두 개씩이나 넣어서 네 가슴을 때렸으니.....”

대빵이는 의젓하게 대답했습니다.

“괜찮아. 순간적으로 많이 놀랐지만 그 덕분에 내 가슴 위에 전지불이 꺼졌잖니? 난 내 심장이 바짝 타들어 가는 줄 알았거든. 차라리 돌멩이로 아프게 맞더라도 이 전구 불들을 다 꺼버리면 더 좋겠어. 우리는 겨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아야 좋거든.”

 나는 대빵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대빵아. 뭐라 할 말이 없구나. 내가 너희 나무들이 아파하리란 걸 못 느꼈듯이, 사람들도 바쁘다보니 너희들이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걸 깜빡 잊고 사는 가봐. 요즘은 어린이들도 엄청 바쁘거든.”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예배가 끝난 나 봅니다. 토닥토닥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은충아, 한참 찾았잖아. 추운데 여기서 뭐해?”

 엄마의 목소리가 뒤통수를 쳤습니다. 나는 흘낏 고개를 돌려봅니다. 엄마는 권 집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나는 대빵이와 얼른 작별을 속삭였습니다.

 ‘대빵아, 다시 올께. 그래도 교회 온 덕분에 너를 알게 되고 마음의 눈도 간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이제는 나도 믿음의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 믿음의 눈은 기적을 낳는다고 했거든. 그러면 너희 나무들에게도 기적이 일어 나서 자유롭게 될 거 아냐? 백화점 앞에 있는 나무의 꼬마 전구 불빛도, 교회의 전기불 고문도 모두모두 사라질 수 있을 거야. 대빵아!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야 돼. 자! 약속하고 도장찍고... 그럼 안녕!’



<동화작가 이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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