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자루
글 / 윤 석
큰 자루 작은 자루
빨간 자루 노란 자루
새로운 자루 낡은 자루
사람마다 가슴에 자루를 달고 다닙니다
처음 나왔을 때에는
연한 순처럼 깨끗하였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듬직한
큰 자루였습니다
세월이 지나 장성하여 보니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석산의 돌을 나르고
정과 망치로 부셔대야 하는데
작은 못 하나 담을 수 없으니
부드러운 말만 좋아하고
달콤한 음식만 담아놓았던 자루는
속이 썩어서 올은 풀어지고
구멍이 생긴 낡은 자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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