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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12월28일 10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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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20. 때늦은 공부를 하다.(2)
 

가끔 형님 댁에 가면 밥이 그렇게 맛있었는지 오래간만에 실컷 밥을 먹고 오기도 했다. 그리고 학원 선생님들이 가끔 종로2가 골목에 있는 설렁탕을 한 그릇 사주시면 그 설렁탕 맛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 맛이 그리울 정도다. 학원이 모두 끝나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잠을 자려고 하면 8층 건물이라 무섭기도 하고, 그 당시는 고양이들이 몇 마리가 밤에 돌아다니면서 울어 대는지 소름이 끼치는 밤을 지내기도 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공부를 계속하여 드디어 22살 때 중학교 졸업 과정(9과목) 검정고시를 합격을 하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중학교 과정 공부를 하면서 정상적으로 중학교만이라도 다녔었더라면, 중학교 졸업만이라도 했었더라면 얼마나 공부 하는데 힘이 덜 들었을까 라고 아쉬워해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사환하는 일을 그만두고, 낮에는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시간이 자유로운 행상을 하기로 했다. 70년대 중반에는 시내버스 안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일명 기아바이가 있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것이었다. 대부분 천 원짜리 상품인데 시중보다 가격이 싸고, 여러 가지 덤으로 상품을 주기 때문에 심심찮게 팔리는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동대문 근처에 가면 그러한 상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들이 많았다. 판매하는 제품들은 머리 빗 세트, 손톱 깎기 세트, 볼펜 세트 등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제품들을 여러 가지 묶어서 천원에 판매하니까 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학원에서 나와서 잠자리가 마땅치 아니해서 지금은 모두 철거되어 없어 졌지만 제기동 쪽에 하루 저녁에 적은 돈을 주면 잠을 잘 수 있는 방들이 많이 있었다. 그곳에서 잠을 자면서 낮에는 장사를 하고 저녁에는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는 생활을 했던 것이다. 무허가 하숙집과 같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우범자들이 머물기 쉬운 곳이라 경찰들의 단속이 가끔 있을 때마다 황급히 피신을 하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문제는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 시내버스를 타야 되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물건에 대한 선전문을 수십 번 읽어 암기를 하고 거울을 보고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두렵고, 창피한 마음에 선 뜻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는 시내버스에 안내양이 있었고,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버스 요금을 내고 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안내양이나 운전기사 분들이 좋아할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버스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하지 못하도록 버스 탑승계단에 계수기를 설치해서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숫자가 계수되도록 장치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내양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승객인양 버스를 타야하고, 또한 계수기를 밟지 아니하고 건너뛰어서 타야 되니까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그 일을 해야 했던 것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고, 천 원짜리 상품을 팔면 400원이 남았으니 그래도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시작할 때 버스를 탈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먼저 버스 정류장에서 대상차를 물색해야 했다. 손님이 너무 많이 타고 있어도 안 되고, 너무 적게 탑승하고 있어도 안 되고 적당하게 탑승하고 있어야 물건이 잘 팔리기 때문에 대상차를 물색하는 것도 노하우였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겠다고 마음을 정했어도 차를 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포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기를 사흘 동안이나 허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용기를 내어서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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