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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12월28일 07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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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5월 하순(下旬)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고국의 산하는 푸른 실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까지 연초록으로 물들었던 초목들이 이제는 짙푸른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싱그러운 여름을 손짓하며 한 낮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벌써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기 시작하였고, 가로수로 심은 이팝나무는 마치 한겨울에 내린 눈꽃처럼 새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습니다.

홍 단풍나무는 마치 가을이 온양 빨간 단풍잎을 나보란 듯이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예쁜 색을 물들였는지 하나님의 솜씨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랴! 이랴! 소를 모는 농부들의 소리는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지만 과거 모내기철에 농부들이 이 논, 저 논에서 소를 이용하여 쟁기질을 하며, 써레질을 하며 소를 몰던 정겨운 모습들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큰 트랙터들이 순식간에 논을 갈아엎고, 로터리 작업을 하고, 승용 이양기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모를 심어버리는 것입니다. 이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온 들녘은 파란들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보리를 파종한 밭이나 논에는 이제 막 보리이삭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옛날 바로 이시기가 보릿고개의 시절이었습니다. 가을에 거두었던 쌀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보리는 아직 수확할 때가 안 되었으니 먹을 식량이 부족하여 전전긍긍하며 넘어가야 하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인 것입니다. 이 고개만 무사히 넘어가면 이제 보리를 수확하여 배부르도록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보릿고개를 넘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입니다.

1950, 60년대 대부분의 농촌의 현실은 식량사정이 어려워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넘기 위해 어머니들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별의별 음식들을 모두 만들어서 식구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야했습니다. 쑥으로 만든 쑥 국, 쑥 버무리, 쑥 개떡과 같은 음식은 기본이었고, 콩나물을 길러서 콩나물밥을 해서 양념장으로 비빔밥을 만들기도, 때로는 콩나물죽을 한 솥 끓여서 식구들의 식사를 해결하기도, 때로는 시래기를 넣어 죽을 쑤기도, 여러 가지 산나물을 이용하여 밥을 하여 나물 비빔밥을 지어 식사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또한 어떤 때는 메밀로 수제비를 만들기도 하셨고,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도 역시 그 당시 단골 메뉴 중에 하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모든 어머니들은 많은 식구들의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래도 보리가 노릇노릇하게 익기 시작하면 한 시름이 놓였습니다. 왜냐? 이제 그렇게 힘들었던 보릿고개를 다 넘어왔기 때문입니다. 풍성한 보리가 익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보리가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미리 보리를 베어다가 타작을 해서 가마솥에 삶아서 키에다가 비벼서 그 것을 보리쌀로 만들어 밥을 지어 먹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식량을 마련할 수 있었으니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보릿고개를 넘다보면 보리들이 완전히 익어서 제대로 된 보리를 수확하여 이제는 식량걱정을 해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온전히 익은 보리를 수확하여 방앗간에 가서 잘 깎아다가 보리쌀을 만들어 가마솥에 한 솥 푸짐하게 순수 꽁보리밥을 지어 밥그릇 사발에 수북하게 쌓아서 한 그릇씩을 마음껏 배부르게 먹게 되면, 언제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었는가를 잊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꽁보리밥에 하지감자를 넣어 지으면 그 밥 속에 들어있던 감자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젓가락에 찔러서 감자를 먹는 맛이야 말로 일품 맛 중에 하나였습니다. 한 사발씩 밥을 먹어도 보리밥은 소화가 잘되어 금방 소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배가 고프게 됩니다. 그럴 때는 어머니께서 가마솥에서 긁어 주먹만 하게 만들어 찬장 속에 놓아두셨던 보리 깜밥(누룽지)을 새참으로 먹으면 그렇게 구수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런 고향의 맛을 맛볼 수가 없으니 또한 아쉬움이 남는 것입니다.

지금은 보릿고개가 사라진 지가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인 것입니다. 지금은 일 년 내내, 365일 쌀밥만 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런대 보리농사를 짓지 아니해도, 보리밥을 먹지 아니해도, 감사를 모르고 살고 있으니 배은망덕한 모습이 아닐까요?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을 기억하며, 풍성한 은혜를 누리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 안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박철수 목사(익산 봉곡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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