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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12월28일 02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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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버지께
주님, 만삭이 되지 못하여 난 자같은 저를 세상에 내 놓으실때 얼마나 마음 졸이셨나요?
 
자주 앓고 비위가 약하고 유독 무서움을 잘 타고 겁이 많았던 조그만 아이  
한시도 아빠를 못떠나 화장실에 가실때도 창호지에 구멍을 내셔야만 했다던 아이
남 동생을 제쳐놓고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간혹 엄마의 눈총을 받던 아이
너무 수줍음이 많아 손님들 앞에서 꼭꼭 숨곤했던 아이
 
주님은 마치 우물가에 아기를 둔 부모의 심정처럼 안절부절 하지 않으셨나요?
 
지렁이를 못 밟고 몸이 얼던 아이
병원이 먼 발치만 보여도 두려워 오금을 못폈던 아이
아빠 손에 이끌려 간 빙판이 무서워 사오신 첫 빨간 피겨 스케이트 타기에 실패했던 아이
유치원 율동 시간에 수줍어 몸이 굳는 바람에 맨 늦게까지 쳐져서 엄마 속을 태웠던 아이
 
주님, 못난 자식에 더 마음이 가는 부모의 심정 바로 저를 향한 심정이셨을 거예요
 
세상에 선뜻 발을 디디지 못하고 세상을 조심스레 탐색하다가 어둠에 물려 그만 아앙 크게 울어버린 아이
마음이 미처 자라기도 전에 죽음을 알고나선 밤새껏 울어야했던 아이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도 같이 죽겠다고 온 밤을 슬피 엄마 발치에서 흐느꼈던 아이
세상에 죽음이 있는것이 서럽고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아이 그런 아이
 
주님은 절 위해 사람의 뜻도 주께로 인도하는 길로 자비롭게 사용하셨읍니다
 
나물캐러 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나선 날, 작은 귀에 부서지던 노을 속 첫 교회 종 소리를 못 잊는 아이
꿈인지 생시인지 동네를 걷다가 하늘이 열리고 사람들이 유쾌히 걸어다니는 것을 보았던 아이
초등입학 면접때 무지개색 우산 그림을 보고 심사숙고후 양산이라고 대답했는데 정답이 우산이라고 하셔서 늘 갸우뚱하였던 아이 
남 동생을 위한 남산의 노란 학교보다 학비가 조금 싸다는 이유로 이웃 파란 학교에 들어가서 층계를 오르내릴 때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모자이크를 언제나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았던 아이
 
뒤돌아보면 저의 조그만 특징도 주님이 주신 선물이었읍니다
 
잘 나가 놀지 않고 늘 집에서 열심히 읽기만 했다는 아이
초등 이 학년때 쥐 잡기 운동 글짓기에 전교 이등상을 처음 탔던 아이
학교에서 집이 너무 멀어 아침마다 하품하고 점심땐 친구들이 잡아 끌어도 운동장에 나가 안놀고 혼자 교실에 남아 생각에 잠긴다고 선생님이 조숙하다고 걱정했던 아이
국어책을 제일 빨리 읽는다고 담임 선생님이 읽는걸 녹음하셨던 아이
자기 반에서 벌서던 여 동생이 수업중인 언니 교실로 불쑥 찾아왔을때 용감하게 벌떡 일어나 동생 담임 선생님께 데려다주고는 동생을 잘 보아주십사 부탁했던 아이
늘 동네 꼬마들을 거느리고 꼬마 선생님 노릇을 했던 아이
 
주님은 이 딸이 살아가면서 부족한 중에도 자긍심을 가지도록 자애로운 아버지를 일찌기 제게 주셨읍니다
 
외식때마다 늘 입맛이 없는 약골인 어린 딸을 위해 언제나 불고기 이인분을 시켜주셨던 아버지
사흘이 멀다고 편도선 감기몸살이 생길때마다 늘 "오늘은 학교가지 말고 집에서 푹 쉬어라"고 부드럽게 말씀해 주시던 아버지
넌 장녀니 집안의 기둥이요 늘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라고 일러주시던 아버지
동생들보다 어릿어릿한 큰 딸에게 늘 대기만성이라고 격려해 주시고
글과 그림에 상을 받을때마다 팔방미인이라고 언제나 칭찬해 주시던 아버지
기분이 좋으실때마다 이담에 우리 딸이 시집가서 아빠가 찾아가면 아빠 좋아하는 김치 찌개를 끓여줄거지? 하시곤 해서 숫기없는 딸을 가끔 무안하게 하셨던 아버지
여자도 독립적인 자기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고 늘 일러주시던 아버지
 
주님이시여, 남을 헤아리는 애틋한 마음도 육신의 아버지를 통해 배우게 하셨읍니다
 
밤에 약주를 드시고는 잠자는 우리 삼형제 머리 맡에서 노래를 부르시며
간혹 감상에 젖어 우시던 아버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회사에 휴직서를 내시고 꼬박 한 달간을 지극정성 간병하셨다던 아버지
몸이 약하신 어머니에게 손수 청진기와 닝겔주사로 늘 간호하셨던 아버지
자리 잡지 못한 일가 친척들을 다 집안에 들이셔서 건사하시고 공부시키셨던 아버지
늘 과묵하시고 못본듯 하시지만 다 보시고 이심전심인양 딸과 눈으로만 대화하셨던 아버지
늘 예의 바르시고 타인들을 존경하시는 겸손하신 아버지
 
주님, 그러나 세상의 고난과 시행착오도 알게하시고 육신의 연약함도 교훈하여 주셨읍니다
 
의대를 중퇴하시고 공대를 나오신후 미국 회사에서 무역업무를 담당 하시던중 상사의 무례함에 사직서를 내시고는 평생 부침(浮沈)이 계속되었던 무역사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늘 사람을 당신 마음처럼 믿으시다가 많은 배신의 고배를 마시셨던 아버지
잇속과 거래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울 위해 사업을 하시느라 언제나 실속이 없으셨던 아버지
법 없어도 산다는 군자란 평과 함께 한편, 한번 화를 내시면 상대의 입장을 고려치 않으셔서 본의아닌 상처를 주신다는 걱정을 어머니께 들으셨던 아버지
딸의 적성보다는 현실적 형편에 의존하셔서 강제하셨던 아버지
대학 초년생때 일박 이일로 흥사단 엠티를 두번 다녀올때마다 괜히 대학을 보냈다고 한탄하시며 불같이 역정을 내셔서 영문을 모르는 딸의 마음을 몹시도 억울하고 화나게 하셨던 아버지
결혼식때 절 향해 걸어오시는 아버지를 보고 왜 그렇게 눈물이 홍수처럼 쏟아졌는지요?
신부가 예식때 당돌히 웃지 않고 울었다고 해서 손님들이 대단히 칭찬하셨다죠...
결혼 후 딸의 집에 처음 오셔선 허탈감에 속으로 땅이 꺼지는 한숨을 쉬시며 어지러움에 건너 방에서 잠시 누우셔야 했다던 아버지
 
주님, 그러나 아버지가 보시기에 한없이 못미덥고 유약했던 딸이 십여년 전 한쪽 다리 수술에 들어가시기 직전, 허약하신 아버지의 두손을 잡고 말할수 없는 연민으로 간절히 기도해드렸을때 어찌나 당신의 표정이 유약하시고 딸의 가슴에 아프도록 안스러웠던지요!   
 
주님, 또 세월이 지나
어제는 전화로 "너도 살아보니 느끼겠지만 인생은 고해와 같단다. 그러니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단다"고 예전처럼 인자한 음성으로 들려주시던 아버지
 
아버지! 저를 무척 사랑하셨지만 인간이시기에 완전치는 않으셨던 육신의 아버지를 남으신 생애도 하늘 아버지께 맡깁니다. 너무도 섬세하시고 비단결같은 아버지의 마음, 당신의 눈물과 순수한 가슴은 늘 하늘 아버지께로 열려 있고 닿아있으십니다. 장년의 고비에 조 목사님을 만나시고 이제도 생애의 고비때 하나님의 빛을 구하실때마다 조 목사님이 떠오르신다는 나의 아버지!
 
어떤 가족들은 다른 똑똑한 해석을 내놓을지라도 전 그대로 아버지의 경험을 하늘 아버지의 영(靈)의 임재하심으로 믿습니다. 순수와 겸손과 경외감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작은 마음과 참 마음이 간곳 없고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은 이 시대에, 마음이 깨끗치 못해 하나님의 나라를 보기 어려운 이 시대에, 믿음도 훈장인양 뽐내는 이들이 많은 이 시대에,  주님의 가슴에 파고드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하고 오해하는 이 시대에, 온종일 기도하고 찬송하고 말씀읽는 이들을 손가락질 하는 이 시대에, 어떤 유독한 사명감을 이기심과 탐욕, 계급의식의 발로로 함부로 평가절하하는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는 모순된 이들이 많은 이 시대에, 사도 바울의 모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성이 아비성과 대립된다고 우기는 이 시대에, 아직은 조야한 민도로 당과 패거리 문화를 짓고 다르거나 더 빛나는 이들을 무례하게 따돌리는 이 시대에, 인간의 자발적 노력과 하나님의 결정적 섭리의 관계성을 혼동하는 이 시대에 그런 민망한 이 시대에 아버지, 당신은 제게 남아 있는 귀하신 여운이고 편지이고 향기입니다. 아버지 오늘도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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