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묵상
망령되고 허탄한 소음의 세상
수 없이 돋아나는 내 속의 불만에 찬 의문들 앞에
그저 아무 대답도 없이
세상이 심히 기이히 여기는 침묵으로만 말씀하여 주시네
도수장에 끌려가시는 잠잠하신 어린 양...
눈 앞에 선하네
그만 목이 메이네.
내가 걸친 그을린 죄악의 옷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손수 지어 입혀주시는 보혈의 홍포
더는 억지로 입히우시고 벗기우신 굴욕의 홍포가 아니네
침 뱉음과 수욕과 조롱을 다 지나...
거짓 경배와 부름과 야유를 다 지나...
허물과 상처로 헤어진 이 몸의 적신을 가리우시는
몸둘바 없는 영영한
왕의 옷일세.
모든 이론과 지식, 하늘보다 높아진
생각더미 가득한 나의 머리에
가만히 얹어주시는 주님의 가시 면류관
더는 피 흐르지 않고 아프지 않네...
틀어지고 찌르는 내 속의 가시들이 조용히 아물어가는
한 낮 한 밤
은총의 면류관일세.
내 손과 내 발로 삶 속에서 구속없이 행해온 역사를
못 밖으라시며
이제는 외롭고도 가고나면 다시 오지 않는 바람
그 바람부는 광야의 언덕에 높이 달려
울고 웃는 인생들을 연민으로 내려보라 하시네
요동하는 바다처럼 솟구치는 애증과 많은 의분들이 들끓을지라도
숨이차고 피가 물 되어 흐르는 심장의 아픔 있을지라도
그때 기도하시던 주님 처럼...
내 앞의 즐거움만 바라보라 하시네
해 같이 빛나는 얼굴
영광의 나라만 바라보라 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