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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12월28일 01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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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사마리아인
 

*2009년 4월 13일 한국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회의실에서는 뜻 깊은 시상식이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국회인권포럼상”에 올해 67세로 경남 통영에서 작은 멍게 양식업을 하는 전제용씨가 선정되었다. 아주 보통 사람으로 평범해 보이는 시골의 촌노가 이 인권상을 타게 된 것이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85년 11월 14일 당시 외항어선의 선장으로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조업을 마치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부산으로 돌아오기 위해 남중국해를 지나 던 오후 5시 해가 수평선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을 때 일등 항해사의 긴급보고가 올라왔다.

멀리 선수 앞에  표류하는듯한 조그만 배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급히 브릿지에 올라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보트피플이 틀림없었다.


*1975년 4월 7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베트남이 공산화되고 십여 년 동안 주변국들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월남인들은 자유를 찾아 보트피플이 되어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동정으로 이들을 받아주던 나라들도 너무 많은 보트피플들이 밀려오자 아예 해안선을 봉쇄하는 나라들까지 생겨날 지경에 이르렀고 당시 보트피플은 국제적인 문제였다.


*보트피플을 확인한 전제용 선장은 처음에는 난감한 생각이 들었지만 배의 전 사관들을 소집했다. 급히 모인 10여명의 간부들은 어쨌든 인명은 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전 선장은 배를 돌릴 것을 항해사에게 명령했다.


*거의 절반이 부녀자와 아이들과 노인, 심지어 8개월 된 임산부까지 있는 96명의 보트피플이 탄 배는 엔진도 망가지고 먹을 것은 물론 마실 물조차 없이 죽음을 기다리며 지나가는 20여척의 배들에게 구조요청을 보냈지만 아무도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가 버리고 추워지는 날씨와 높은 파도는 이들을 죽음 일보직전으로 내 몰고 있었다.

그 때 그들 앞에 한국 국적기를 단 흰 색깔의 배가 한 척 지나가도 있었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배도 마찬가지로 무심코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음을 직감하고 있을 30여분 뒤 지나간 줄 알았던 한국 국적의 배가 되돌아 와 이들을 구해 준 것이다.


*이들을 구조하기위해 배를 댄 선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4톤 남짓한 조그만 배라 몇 명이 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배 밑창에서 끝없이 올라온 사람들의 숫자가 96명이었던 것이다. 마침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 식량도 많지 않았고 선원 25명이 생활하는 배라 잠자리도 문제였다. 되는대로 선원들은 부녀자와 아이들이게 자신들이 사용하던 침실을 내 주었고 노인들은 전 선장의 선장실에서 잠자게 하고 젊은이들은 갑판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식량이 모자라 하루 두 끼로 때우며 10일을 항해해야만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전제용 선장은 본사에 96명의 보트피플을 구했다는 전문을 보냈다. 이 내용의 회신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들을 받아 줄 수 없으니 무조건 무인도에 이들을 내려놓고 오라는 것이었다. 암담해진 전 선장은 선원들에게 빈 드럼통을 엮어 뗏목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저들을 이것에 태워 무인도에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보트피플들은 순진하게 안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명령을 내린 전 선장은 이들을 보자 깊은 상념에 잠겼다. 순간 전 선장은 저들의 생명을 생각했다. 그리고 선원들에게는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뗏목을 해체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본사에 전문을 보냈다. 만일 이들을 버리고 간다면 내릴 때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이것은 엄연히 국제해양법을 어기는 것이라 맞섰다. 할 수 없이 본사에서 데리고 오라는 전문이 왔다.


*1985년 11월 29일 96명을 태운 광명 87호는 부산항에 입항했다. 그리고 당시 한국에는 이들을 받아들일 법이 없었기에 이들이 원하는 나라에 가기 전까지 난민 수용소에 생활하게 하였다. 자유와 안전을 찾은 이 베트남 난민들은 2여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후 전제용 선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보트피플들은 한국 난민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한 번도 그들 만나지 못했다. 그는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난민들을 데리고 온 이후 사정기관에 혹독한 조사를 받고 회사에서는 면직을 당했다. 그리고 그런 경력으로 인해 어느 선박회사에서도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생계를 위해 조그만 어선을 구입해 고기잡이를 하다 빚만 지고 겨우 생계를 하다 지금은 통영에서 멍게 양식을 하고 있다. 자신의 경력과 미래를 송두리째 잃을 줄 알면서도 죽음에 처해 있는 보트피플을 구해낸 용기있는 사람에게 닥친 현실은 암울함뿐이었다.


*96명의 보트피플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20여 년 동안 미국생활에 적응하여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생활로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96명의 난민대표였던 피터 누엔(Peter Nuen, 63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 시도 정 선장을 잊지 않고 구출 당시 10여 일 동안 정 선장과 나눈 대화와 우정, 그리고 그가 준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정 제용 선장을 찾기 위한 스크렙을 만들어 그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가 살고 있는 LA의 한인 타운의 마켓을 이용하며 만나는 한국 사람들에게 정 선장에 관하여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던 중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한국인 수간호사를 알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정 선장의 근황을 알게 되었고 그가 자기들을 위해 한 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왜 그가 난민촌으로 자신들을 만나러 오지 못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제용 선장과 2여 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다가 드디어 2004년 8월 그를 미국으로 초청하였다.


*전 제용 선장이 미국에 도착하던 날, LA 국제공항에는 200명이 넘는 환영 인파들이 모여 대대적으로 전 선장을 맞이하였다. 피터 누엔씨는 22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전 선장이 자신들을 구출한 날에 온 가족과 구출받은 사람들과 함께 집에서 예배를 드리며 전  선장을 만날 날만 기다렸기에 공항에서의 만남은 감개무량 그 자체였다.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한없는 재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만남은 지역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고 피터 누엔씨가 살고 있는 LA 웨스트민스터 시장인 마지 라이스 시장도 참석하여 전제용 선장이 보여준 휴머니티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 사실을 계기로  LA 베트남 사회와 한인 사회는 함께 환영회를 갖고 매년 8월 8일을 한인과 베트남인의 화합의 날로 정하고 체육과 문화를 교류하여 서로 친선을 도모하고 있다.

베트남 사회의 리틀 베트남회는 전제용 선장을 UN의 “난센 난민상”에 추천할 뿐 아니라 피터 누엔씨는 전 제용 선장과 그 배의 선원들의 선행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특수 간호사일를 하는 중에도 시간을 내어 적십자 봉사자로 활동하여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을 배달해 주는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아무도 보려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던 보트피플을 자신의 미래와 바꾼 전제용 선장과 25명의 선원들, 생명의 존엄함을 어떤 정치색보다도 중요시 했던 그들의 용맹함이 96명의 생명들을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었고 그들의 용기와 휴머니티 앞에 나만의 이익에 급급하여 남을 돌보지 않는 무관심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현대판 선한 사마리아인은 분명히 있음을 증명해 주었고 그런 사람들과 한 하늘 밑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들의 선행에 머리 숙여 감사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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