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이 솟는다. 퐁퐁퐁
낮이나 밤이나 퐁퐁퐁
길 가는 나그네들 목 추겨 가라고
산 비탈 돌틈에서 퐁퐁퐁
우리가 어려서 즐겨 불렀던 동요입니다.
한 여름 낮 더위에 시달린 가족들을 위해 어머니는 마당 한 가운데 멍석을 깔고 저녁 준비에 바쁘실 때 즈음 아버지는 마당 한 구석에 매케한 모깃불을 피워 놓으십니다.
외양간의 누렁이는 한창 느릿한 저녁 식사를 드시고 마루 밑에 멍멍이는 가족들의 식사만 끝나기를 바라며 별바라기를 합니다.
그 때 나는 큰 주전자를 하나를 들고 비탈길 옆 옹달샘으로 달려 갑니다. 어스름한 땅거미가 진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옆 집 떠거머리 총각한테 들었던 몽달귀신이 따라오는 것같아 무서워 제 발소리에 속아 뒤를 돌아 보지만 뒤에는 초저녁 달이 히죽 웃으며 "나 무섭지"하고 놀려 대며 따라 옵니다. 그러면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신호로 큰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온 가족이 시원하게 마실 샘물을 받으러 가는 길은 얼굴에 솟아 있는 땀방울과 주전자에 서려 있는 물방울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듯이 무서움과 그 무서움을 뚫고 이렇게 가족들을 위해서 샘물을 떠왔다는 만용이 함께 어우러지는 마냥 즐겁기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도시화와 현대화 덕분에 상큼한 샘물의 기억도 추억도 만들 수 없지만 없이 살던 때 샘물의 추억이 날이 갈수록 더욱 간절해 지는 것은 본향을 그리는 향수 탓일까요 아니면 세월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