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
모두가 제 갈길 찾아 떠나가도
홀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자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
대양의 어류도
물길 따라 다니고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들도
바람길 따라 떠나가고
오고 가는 춘하추동도
하늘 길 따라 가고
겨울 나는 들짐승들도
땅속 길 따라 숨어 들어 가건만
추운 겨울을 온 몸으로 막아내며
마파람 부딪치며 비장한 노래 불러
가는 발걸음 멈추어 서게 하는 자가 누구인가?
살을 에이는
바람 소리보다 맑은 노래 소리
심장에 걸린 듯
거문고 줄 타듯 하고
흰 눈 덮인 대지 차고 오르는 솜씨
날렵하고 가뿐하며
처량하게 우나
한없이 밝고 우렁찬 그 소리
겨울 바람 안고 뛰어 오르는 몸새 재빠르나
결코 가볍지 않고
매서운 겨울 창공 치고 나는 솜씨
하늘 가르는 쏜 살 같으나
사뿐하고 우아한 모습이여!
작고 단단한 몸가짐
한껏 뽐내면서도
추위를 초월한 듯
겨울 나무 가지에 않아
미동도 않고
세상을 조망하는 그대 눈 빛
겨울 지키는 기개가 남다르기에
북극 하늘 향한 나의 두 눈썹
부르르 치켜 들고 하늘 보라 하는가?
심장 에이는 추운 바람 불어 올수록
더욱 더 부딪치는 도도한 저 몸짓에
가슴팍에 파묻은 초라한 고개
하늘 향해 꼿꼿이 세우고
깊어가는 추위 속에 이 몸 던져
그 어떤 시련도 사리지 말고
도전하는 자만이
열어가는 새로운 계절 맞으라고
오직 북풍 한 가운데 있는 자만이
던질 수 있는 그 곳에 서서
비장한 몸가짐 아끼지 말라고 말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