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닭벼슬 꽃 무궁화
정 요셉
그 마을
딱새네 집은
바닷가에 있었다.
잿물에 바래진
광목 자락이듯
하얀 히 펼쳐진
모래 밭
어쩌다 갯바람에 밀려
흔들거리던 울타리엔
유독
버팀목으로 섰던 ‘닭 벼슬 꽃나무’
으레 이때면
새벽 홰를 치며
피어 나던 꽃
철부지들
그 꽃잎 따
콧등, 볼에다 부치고
장닭인양
꼬끼오
꼬끼오오
양팔에 펄 쳐진 하늘은
서러웠다.
언제 토해 낼지도 모를
함성을 머금고
차마 밧줄에 매인 채
달려 있던
녹슨 종
성도 이름도 빼앗겼던 시절은
차라리 통곡의 연속이었다.
어린것들
무얼 알았으랴만
제 나라꽃
이름도 몰라
꼬끼오 꼬끼오
닭 벼슬 꽃 꼬끼오
밤을 이기고
새벽에만 피는 꽃
모두가 벙어리는 아니었었는데……
왜 왜
우리나라 꽃이라고
내 사랑 나라 무궁화라고
말 한마디 못했을까!
바닷물은 그렇게 푸르고
바람은
그리운 님 숨결 같이
맑고 부드러웠는데….
지금도 들려 온다
꼬끼오 꼬끼오
내사랑 무궁화를 부르는 절규
얼마 있다
우리 가족 만주로 떠날 때
남겨 놓은 노래
꼬끼오 꼬끼오
내사랑 닭 벼슬 꽃
꼬끼오 꼬끼오!
1983. 8. 15 일제 말기 그 서럽던 어린날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