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十 字 架에……
정 요 셉
하늘 여전 한데
옷깃 여미며
신발 뒤 축
구멍이 나도록 다닌 길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았 노라니
저 편
항시
구름 그리매 만 달려
파 득이던
교회종탑엔
어인 일로 오늘 따라
누군가가 달려 있었다.
그럼 난 이제까지
청맹 과니 되어
못 보았단 말인가
정녕 어느 누가 달려 있었다.
몹쓸 죄인인 것 같았다.
아 니 ! 아니! 눈을 씻고 다시 봐도
틀림 없는 건
십자가에
달려
포도즙 같은
선혈을
쏟고 있는 건
그 누구 아닌 내가 아닌가
머리 위 팻말 새겨져 있는 긴 글
“무정 한자. 은사 받고 묵힌 자, 말씀 받고 실행 못한 자.
달란트 활용 안 한자,
강도 살인 자살 등등 모든 범죄의 방관자…………”
.
그 밑에도 제법 많이 써 있었는데
보이질 않는다.
어언 손수건이 눈을 가리고 있었다.